정상이 아닌 이상

제2장 : 몸매

by Skyblue

인생은 나선형으로 돌고 돈다. 지난 삼십 여 년의 인생,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얻었다는 깨달음에 필적할 만한 각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상처될 일만 켜켜이 쌓이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의식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바로 다이어트다.


자존감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곤두박질칠 때면 원인을 겉모습에서 찾곤 했다. 얼굴은 크게 달라질 일이 없으니 혹시 몸에 변화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괜히 우울한 감정이 치솟는 날은 왠지 몸이 많이 부어있는 것만 같다. 전보다 바지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출렁이는 팔뚝살에 곤혹스러워하며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키는 158센티미터, 몸무게는 51~52 킬로그램을 왔다 갔다 한다. 허리사이즈는 26이지만, 넉넉하게 27을 입는다. 키와 몸무게로 계산하면 정상 체중 범위다. 마르다는 소리는 듣지 못해도, 날씬하다는 소리를 듣는 정도의 몸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무게의 죄책감은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다.



요새 유행하는 키와 몸무게 방정식에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쁘띠 체중'. 옷 발이 잘 받고 예뻐 보이는 체중으로 표준 체중보다 5~6킬로그램은 더 빼야 얻을 수 있는 몸매다. 평생을 통틀어 쁘띠 체중에 도달해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 굉장히 몸이 안 좋아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싶었던 때, 당시 체중이 45 킬로그램이었으니까 한번 아래를 찍고 다시 올라온 셈이다.


나에게 다이어트는 정상체중에서 쁘띠 체중으로 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다. 대개 여자들이 입만 열면 외쳐대는 다이어트도 내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쁘띠 체중인데도 더 빼야겠다며 매달리는 사람도 있으니 그들의 눈에 나는 비만으로 보이려나?


어찌 됐든 늘 시작은 다이어트였다. 운동을 시작하고, 식사량을 줄여가며 한두 달은 버틴다. 그럼 몸무게에서 1~2킬로그램 정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지의 허리춤이 넉넉해지고 샤워를 할 때마다 쇄골이 오목하게 깊어지는 게 눈에 띈다. 조금만 더 하면 쁘띠 몸무게에 닿을 것만 같다. 허나 문제는 그 즈음에 찾아온다.


먹는 데 집착하는 편은 아니지만, 입에 들어가는 식사량 자체가 줄어들면 기력이 달린다. 그리고 덩달아 마음도 크게 요동친다. 전에 없던 피로감에 시달리고 웃음이 사라진다. 무엇을 해도 의욕이 나질 않는다. 바꾸고 싶은 것은 몸인데 마음도 함께 고생한다. 이쯤 되면 선택을 해야 한다. 우울함을 억누르고 쁘띠의 길로 직진할 것인가, 쁘띠를 포기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예뻐지겠다고 시작한 첫걸음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허사로 돌아갔다. 쁘띠로 향할 것만 같던 몸무게는 다시 그 전과 같이 정상 범주에 안착했다. 오늘 하루가 행복하지 않으면 너무도 슬프기에 몸매로 예뻐지는 것은 포기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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