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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Oct 28. 2021

<키워드 글쓰기 - 창문 밖으로 바라본 너>

키워드: 창문 박으로 바라본 너



불지 않는 바람이 없고, 타지 않는 불길이 없는 거처럼. 원하지 않는 나는 없었다. 처음부터였다. 너를 원하게 된 일은, 아주 처음부터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묻는 일이라면, 태산의 높은 봉우리부터 시작한 작은 담부터라고 꺼내야 할까. 바다가 불타 하늘로 오르는 아지랑이부터라고 해야 할까, 하늘 사이에 중력의 힘을 버티다 떨어지는 빗방울부터였다고 해야 했을까? 


그저 너를 내 마음에 처음들인 순간, 너를 볼 수 있었던 날, 네 두 눈마저도 나를 바라보았던, 그래서 우리가 마주 보았던 날, 나는 우리가 시선뿐만 아니라 마음마저도 함께 나누길 소망하였다. 


시간이 길고 짧음은 버틸 수 있을 때에야 알 수 있다. 그러지 못하고 그 속에 갇히게 되면, 그 시간은 이미 내 것이 아니기에, 불멸의 영원과 같은 느낌일 뿐이었다. 네가 가 버린 나의 모든 생각이, 모든 바람이 그렇다. 

기적이라는 게 일어나 네가 파도처럼 내게만 흘러왔으면 좋겟다. 밀려갔다가도 다시 썰려와 언제나 내 앞에 네가 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늘위로 뻗은 가지보다, 바닥으로 그 땅의 밀착을 밀어내고 뻗어내린 뿌리들처럼 내 마음을 보일 수는 없었다. 하늘로, 아무런 고통도 저항도 없이, 따사로운 햇볕을 받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촉촉한 이슬을 받아들이는 그 가지와 같은 마음이 되고 싶었지만 내가 바라는 마음은, 그래서 훔쳐본 너의 모습은 뿌리와 같았다. 

처음엔, ‘뭐 이런 건물이 다 있어….’ 큰 창문가에, 달빛 사이로 비쳐진 그 창문 사이에 너의 그림자의 잔상이 지었을 때. 나는 그만 생각하고 말았다. 너의 모습을. 그리고 내가 상상한 모양보다, 내가 보아온 어떤 생명보다도 귀한 너를 바라보았다. 


두 눈의 무거움이 천금과 같아진 순간, 눈 하나 깜빡거리는 시간이 영원과 같아진 시간이었다. 천둥이 하늘에서 요둥칠 때의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만한 충격이 내 마음속에 번쩍였다. 그렇게 내 심장은 뜀을 멈추지 못하고, 내 두 볼은 붉어지고, 사랑이라는 세상 헛되다 못해 바보 같은 그 마음이 내 속에 깃들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겪어 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네게 첫눈에 반했다. 기적과도 같이 바깥에서는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과 눈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의 두 눈에 서로를 담았다. 


앞으로도,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 


--


그가 남긴 글귀를 발견한 ‘민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막힌 옥에서, 창문처럼 꾸며놓은 거울의 깨진 파편을 어루어 만진다. 


“...”


늦게 발견한 게 미안했다. 어느 미친 재벌의 요상한 취미로 만들어진 유인원(사람 동물원), 이곳에 갇힌 수 많은 사람들, 하나 같이 개성이 있거나 아름다움의 극치로 만들어진 모습들.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최첨단시설이긴 했으나, 바깥으로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천장의 카메라를 제외하고는, 환풍기를 제외하고 모두 단절된 공간.


형사로서의 사명감을 느낀다. 그는 곧장 글귀를 남긴 이가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으로 가, 그와 그녀들을 만나 보았다. 


글 속에 내용처럼, 모두가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그대로 이행시킬 외모의 소유자들. 이 자들을 납치 감금한 재벌 ‘군악’을 변호하는 변호인들의 모습이 TV속 화면으로 비친다. 


입술을 깨무는 민호는 이런 사람들이라면, 군악처럼 매일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미친 생각을 잠재우면서였다. 입가에 피가 흐른다. 강하게 치밀어 오르는 욕망 때문에 너무 쎄게 입술을 깨문 민호였다. 이런 아픔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군악의 위치에 있었다면, 군악처럼 하지 않을 자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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