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49
박병은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병은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은설경
제목: 이국난진
“꼭 가야 돼?”
“가야 한다잖아. 우리 고용주가.”
“아니, 지금 저기도 난리인데.”
“근거 없는 낭설이라잖아 우리 고용주가!”
설경은 슈퍼스타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아내를 말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두 부모 사이에 한 명씩 안겨 있었다.
“싸우지망~”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줄 알고 말리려 하고 있었다.
“어, 엄마, 아빠 지금 싸우는 거 아니야. 걱정하는 거야 서로.”
“그래. 아빠가 엄마 걱정해서 말하는 거잖아. 일 못하게 하려고.”
“일 못해? 출근 안 해~? 그러면 엄마 아빠 말 들어!”
설경의 아내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 딸이 좋아하는 과자 음료수 못 먹고, 놀이공원도 못가는데.”
엄마의 말에 딸은 아빠를 안고 있던 걸 멈췄다. 엄마를 안고 있던 아들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누나를 쳐다봤다.
“안돼. 그러면 안 되니까. 출근은 해.”
“그래! 엄마 출근할 게?”
아이들이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던 설경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 여보. 그러니까. 위험하잖아. 다음에 가도 되잖아.”
“아 무슨 난카이 대지진 그거 때문이지? 그 만화책에 나온 이야기.”
난카이 해곡 대지진(南海トラフ巨大地震)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요즘 가장 거대한 이슈였다.
“실제로 화산이 규슈 지역에 폭파했대.”
“그게 대지진 징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과학자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
“30년 안에 날 수가 있대. 정부발표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고. 알잖아?”
설경은 아내를 먹여 살리고, 지금 이 넓고 높은 단독주택을 살 수 있게 해준 슈퍼스타가 오늘만큼은 너무 미웠다.
“꼭 이럴 때 가야돼? 하필 날짜도 꼭. 이렇게 맞춰야 하나고.”
“일부러 맞춘 거겠어. 거기다 다른 연예인들은 피하는데 우리는 간다고 일본에서 더 좋아하잖아.”
“일본만 좋아하는 거 아니잖아. 저기 중국도, 대만도, 중국 본토랑 대만이 동시에 좋아해서 난리잖아. 동남아도 있고, 인도에서도 중동에서도 난리고 거기 가도 되잖아.”
“일본 팬들이 이거 가장 쎈 거 알지?”
설경의 아내가 설경에게 ‘쩐’을 표현하는 손짓을 보여줬다.
“언제부터 돈을 그렇게 쫓았어.”
사실 슈퍼스타도, 설경의 아내인 유나도 돈을 그렇게 신경쓰는 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한국에서, 아니 일본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가수가 됐을 뿐이었다.
“여보가 너무 걱정하니까. 걱정하지 말란 거였지.”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이렇게 세계가 난리인대.”
“아무 일 없어 걱정 마.”
짐을 다 챙긴 유나는 아이들과 뽀뽀를 하고, 남편인 설경과는 키스를 나눴다.
“평소보다 뜨겁고 좋은데? 안가고싶다.”
유나가 설경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설경은 이대로 유나를 잡고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설경은 <내가 본 미래>라고 하는 일본에 유명한 책을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면 아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또 좋은 일이니까 바로 보내 줄 수 있었다.
“나도 같이 갈까?”
“그럼 애들은 누가 보고.”
“...”
유나가 설경의 품을 더 파고 들었다.
“아 더 있고 싶은데, 비행기 시간 늦겠다. 갈게 여보. 사랑해.”
유나도 아쉽다는 듯 설경을 끌어안다가 목부터 자신의 손을 풀었다. 뒤돌아서 나가려는 유나의 손을 잡고 설경은 다시 한번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보낼 수밖에 없는 지금이 너무 아쉬웠다.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대진이 날지 안 날지 몰랐다.
설경은 아내를 보내면서 슈퍼스타의 슈퍼콘서트가 하필 지금인 게 역시 마음에 걸렸다. 괜히 인터넷에 들어갔다. 인터넷은 다가올 난카이 대지진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떠니까. 내가 걱정이 안될 수가 없잖아.”
괜히 지진에 대해서 더 자세히 살펴봤다가 또 후회를 했다. 규슈 남부의 화산번개 동영상을 봤다. 화산 위로 번개가 치는 모습이 섬뜩했다.
“대지진 나면, 이거 분화되는 건가.”
설경은 괜히 이 영상을 봤다. 휴대전화에 이미 수십번을 넘는 통화를 했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며 일본의 풍경사진을 많이 보내온 아내와의 대화가 보였다.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지.”
걱정은 그네와 같다는 말을 잘 알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괜히 맹수가 사는 동굴 안으로 보낸듯한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실 설경이 같이 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나, 같이 갈 걸 그랬나 싶었다.
“아빠~ 배고파”
그때 두 딸과 아들이 배고프다며 달려와 설경은 아내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요리실력을 뽑냈다.
아이 셋이 모두 입맛이 달라 각자 다른 음식의 요리를 해주고 잠들 때 까지 보살펴 주었다.
이렇게 누구보다 세심하게, 키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슈퍼스타의 매니저이다 보니까, 이런 섬세함이 아내로부터 나왔고,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 설경이 따라 배운 것이었다.
“어디보자.”
여전히 인터넷은 난리였고, 설경은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무사하고, 이제 콘서트가 크게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걱정을 했던 일본 팬들을 위로한다고 오늘 밤새 콘서트를 한다고 했다.
“밤새? 여보? 괜찮아? 유나 너는? 언제 자는 거야.”
- “내가 공연하는 가수도 아니고, 잘 잘 수 있어.”
아내의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이 됐다.
“일 보다 유나 너가 제일 중요한 거 알지? 여보?”
- “그럼, 나도 우리 남편, 그리고 애들 빨리 보고 싶다. 얼른 끝내고 가야지.”
이렇게 말은 했지만, 일본에서 거의 한달 간은 상주했다. 오늘을 시작으로 일본 투어 콘서트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사랑해 여보.”
그렇게 아내와의 통화를 끝내고 잠자는 아이들을 봤다. 오늘 따라 잠이 안 왔다.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걱정이 덜 될 것 같았다.
대지진이 온다는 날이었으니까. 실제로는 한국이 일본 보다 한 시간 정도(52분) 더 빠른 시간을 갖고 있었지만, 일본과 한국의 공식 시간은 같았다.
“하아.”
잠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설경의 아내 유나가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설경도 내일 출근을 해야했다.
그러나 왠지 이럴 것 같아서 미리 연차를 썼다. 설경은 유나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봤다.
그때도 유나는 슈퍼스타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고, 설경은 다른 여러 가수들이 모두 참여하는 특별 콘서트에서 경호장을 맡고 있었다.
그때 목걸이, 즉 신분증을 잃어버린 유나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걸 막으려고 하다가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저, 매니저예요!!”
설경은 다시 오해를 했었다. 유나와 같은 사람들은 많이 봤다. 증명할 거리가 없으면서도 거짓말을 하고 경호를 뚫고 가수에게 접근하는 일이 많았다.
“안됩니다.”
유나의 겉모습은 누가 봐도 앳된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혀 놓으면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고, 이제 막 성인인증을 마친 대학생처럼 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가수가 직접 마중나와 상황을 해명했다.
잠시 밖에 나갈 때 스태프 명찰을 도난 당해서 문제였다. 그리고 유나의 명찰을 이용해 막아야 할 대상을 막지 못해 설경이 엄청나게 깨진 날이었다.
그때 따로 유나로부터 연락이왔다.
“죄송합니다.”
자기 불찰 때문에 혼난 설경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유나의 명찰을 볼 때는 그 이름만 봤을 땐 화가 났지만, 그 얼굴을 보자 화가 풀린 설경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은 시작됐다.
이후 썸을 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설경도 거의 슈퍼스타의 개인 경호처럼 일했다. 지금은 서로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며 누구보다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고 있었다.
“예쁘네. 여전히.”
설경의 눈에는 유나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그때도 앳된 모습이 있었지만, 지금도 절대로 아줌마로 오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족을, 자신의 가수를 지키는 멋진 매니저였으니까.
“멋지네, 우리 유나. 우리 여보.”
설경이 그렇게 유나에 대한 상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큰 흔들림을 느끼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세탁기를 돌리고 자도 이렇지 않은데, 월드컵에서 한국이 극적으로 골을 넣어야 이정도의 여파가 있을까 말까 했다.
그때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떴다.
얼른 알람을 확인해봤는데, 이게 무슨 말이지 하고 눈을 비비며 다시 살펴봤다.
“말도.. 안돼.”
<지진 발생 경보>
진도 9.5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경보였다. 한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이 맞다아 있는 난카이 쪽이었다.
사람들이 걱정하던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난 것이었다.
인터넷을 들어가보니, 일본 쪽에 연락이 안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나야.”
유나의 친가 쪽, 그리고 설경의 가족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유나는 연락이 안됐다. 전파는 가는데 꺼진 휴대폰처럼 반응했다.
“유나야.”
설경은 얼른 회사로 연락을 했다. 회사에서도 연락을 해보고 있었다. 바로 몇 분 전만 해도 밤을 세워 콘서트 하고 있었다.
당장 슈퍼스타의 SNS에 그런 내용이 스토리로 올라와 있었다.
유나의 동생, 아이들의 이모가 아이들을 대신 돌보러 집으로 와주었고, 설경은 밖으로 나갔다.
“부탁해요.”
“애들 걱정은 하지마요. 우리 언니. 언니도.. 괜찮을 거예요 형부.”
그렇게 아이들을 맡기고 설경은 당장 일본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나 일본으로 전면적으로 여행금지가 뜨면서 모든 항로와 향로가 막혔다.
“…”
일본 구출에 한국군도 투입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설경은 자신과 연이 있는 인맥을 모두 동원했다.
회사와 여러가지 힘을 통해 구호대가 부산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경은 얼른 부산으로 향했다.
인터넷을 보니 항공기들도 갑작스러운 난기류로 모두 떨어졌다. 현재 일본으로 가는 모든 비행기가 세계적으로 막혔다.
“유나야.”
설경은 이 이야기들을 보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유나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괜찮을꺼야.”
일본은 대지진 이후 화산활동이 감지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후지산이 폭파하고, 거대한 쓰나미가 몰아닥쳤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확인된 건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미 떠난 일본구호팀으로부터 영상을 전달받은 한국이었다.
이번 대지진이 나면 일본이 경제를 회복하는데만 22년이 걸리다는 썰이 있었다. 그런데 그 썰은 가짜처럼 보였다. 200년은 걸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냥 무너진 정도가 아니라 갈라지고 포개지고 지형이 바뀐 모습이 올라왔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진이 보였다.
“여기. 여기!!”
슈퍼스타의 콘서트장이었다.
원래 지진이 있을 때 운동장은 재난 피해 장소였다. 그 장소에서 공연을 해서, 수만의 사람들이 지진을 겪으며 살아남은 모습이었다. 다만 그 지역에 몰아친 몇 분 후 쓰나미가 당돌 한다는 보고도 함께 였다.
설경은 자신의 구조경력과 경호 경력 등으로 일본 구조팀에 자원했다. 여러 사람들의 힘으로 이게 받아졌다.
“갈게 유나야. 기다려. 살아만. 있어.”
설경은 사랑하는 이를 구하러, 지옥으로 변해버린 곳으로 가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