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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진 브런치스토리 세상

by My Way

오늘 아침, 그 어떤 날보다도 고요한 세상과 만났다.

날은 흐렸고, 뜨겁던 열기가 한풀 꺾인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오랜만에 늦게까지 자다 일어나 그런지, 몸도 마음도 개운했다.

언제나처럼 커피 한잔과 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열며, 하루를 시작하다 깨달았다.

이 고요함의 정체를...


갑자기, 브런치스토리 세상이 조용해졌다.

특히나 정각 시간이면, 내가 관심작가로 등록해 둔 작가님들의 브런치 알람 수십 개가 동시에 울리는데, 그게 없다. 덩달아 왼쪽 팔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마저 조용하다.


당연히, 오늘 자정에 예약발행해 둔 내 글도 구독자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으리라...


조심히 열어보니,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왔다 가셨다.


'어라, 그렇담 나만 그런 건가?'


이럴 땐, 미야작가님의 글빵연구소 단톡방이 너무 유용하다.


작가님들이 벌써 이에 대해 이야길 하고 계신다.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소리다.


더불어,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으신다.

브런치스토리의 적자 경영에 대한 걱정, 멤버십 운영으로 인한 문제들, 특히, 멤버십으로 인해 작가들끼리의 품앗이 구독까지도 덩달아 도마 위에 올라간다.


아직, 브런치스토리에 합류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대화에 낄 자격은 없지만, 초보 눈에도 이곳의 변화가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씩 이곳 세상에 적응하면서 영리한 구독자가 되려 노력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올라온 글을 읽을 때면 모바일과 PC 둘 다를 동시에 활용한다.

모바일로 글을 읽고, PC로 맞구독 여부를 확인한다.


그 이유는...

내 브런치스토리를 구독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의 글은, 그게 무엇이든 꼼꼼히 읽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더구나, 댓글을 쓰려면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아마 나의 댓글을 받아보신 작가님들은 너무 짧은 댓글에 당황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댓글을 달았다는 건 글을 꼼꼼히 읽었다는 뜻이다.

간혹 너무 마음이 아프거나 뭐라 댓글을 달아야 할지 망설이다 그냥 나오는 경우도 있고, 시와 소설은 댓글 달기 너무 어려워 그냥 읽고 말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니, 그냥 나 혼자 구독 중인 글들은 읽으면서도 지친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짝사랑하다 지치는 것처럼.

물론, 개중에는 너무 귀한 글이라, 구독 취소를 하고 싶지 않은 분도 계신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구독취소 여부를 망설이고 있는 작가님들도 있다.

하지만, 일반 구독자도 아니고 같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 나만 보내는 사랑은 버겁다. 소극적인 소통이라도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브런치를 둘러보다 보면, 구독자는 몇천 명에 관심작가는 0에 수렴하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구독자는 몇 안되는데 몇천 명의 관심작가를 두고 있는 분도 계신다.

관심작가를 0으로 만드신 분도, 몇천 명의 관심작가를 두신 분도 나름의 이유와 전략이 있겠지만, 나는 최소한 내게 구독의 손을 내밀어 주신 분께만은 의리를 지키고 싶다. 그분들의 글을 읽고, 내 생각을 댓글로 남기고, 최소한 라이킷이라도 눌러주는 그런 의리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 브런치스토리 세상에 들렀다.

너무 조용해 당황스럽지만, 그럼에도 작가님들 글이 알람 없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늦더라도, 그 글 하나하나 읽어 내려갈 생각이다. 그리고 아쉬움과 미련이 가득한 채, 몇몇 분들은 구독취소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너무 한 거 아닌가?

아니, 지금 이 사태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 공지 한 마디가 없네?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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