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네요.
요즘은 어딜 가나 예쁘게 조성된 벚꽃 명소들이 있지만, 제 마음속의 원조는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의 '벚꽃'인 것 같습니다.
지난주, 진해에서 벚꽃 축제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게는 '진해 군항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그 축제는 올해로 벌써 64회가 되었네요.
어린 시절을 진해에서 보낸 저로서는 온 도시를 휘감고 있는 벚꽃이 특별한 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온 지도 벌써 30여 년이 되어가다 보니 이제야 조금 그리워집니다.
아주 어릴 때는 벚꽃 시즌마다 북적이는 동네를 되려 피해 다녔습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방문객들이 많아지는 그런 행사들이 시끄럽고, 비싸고,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밤늦게까지 환한 동네가 신기해 부모님을 졸라 나가본 적도 있지만, 역시나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불빛에 비친 벚꽃들이 참 예뻤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진해시민(2010년, 창원시에 통합된 후에는 진해구로 명명)의 일원으로 군항제 개막식에 동원되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때쯤에는 벚꽃 선녀 복을 입고 진해시내를 한 바퀴 돈 적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다급하게 오신 (선생님인지, 엄마인지 모를) 어른 손에 이끌려 메이컵을 받고, 나풀거리는 선녀 한복으로 갈아입혀진 뒤, 무거운 선녀 머리(가발)를 얹고 선녀 부채를 쥔 채 트럭 위에 올려졌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부끄러웠지만, 메이컵으로 숨겨진 얼굴 덕분인지 몇몇 친구들과 함께 진해 시내를 한 바퀴 돌며 열심히 손을 흔들며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학생이 된 뒤에는 벚꽃 축제 의장대 퍼레이드 멤버에 차출되었습니다. 제가 다닌 중학교에서는 매년 진해 군항제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반에서 키 큰 여학생들을 차출해 대열을 맞추고 악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해 큰 사고가 나면서 퍼레이드 행사는 불발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난 후에는 센치해진 여고생 감성으로 벚꽃계절을 보냈습니다. 야간자율학습 시작 전 저녁식사 시간에 친구들과 근처 벚꽃길을 걸었고, 비 온 뒤 떨어지는 벚꽃의 짧은 화려함을 아쉬워하며 밤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졸업하고 나서 몇 년 뒤 친구들과 함께 거닐던 그 학교 옆 산책길이 벚꽃 명소로 유명해지더군요.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이 오글거리는 대사로 유명해진 <로망스> 라는 드라마의 촬영지이자 벚꽃 명소인 여좌천로망스다리가 바로 그곳이었거든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더 이상 진해 군항제를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복잡할지 아니까 사실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벚꽃 명소들이 워낙 많아져서 굳이 찾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넘버 원이었던 벚꽃이 올해는 유난히 보고 싶어 지네요.
이제야 만개하는 집 주변 벚꽃들을 보니, 더욱 그리워집니다.
제 글은 지난주에 예약 발행해 놓은 글입니다.
발행해 놓고 중간중간 다시 읽어보며 퇴고를 했죠.
그러다, 페르세우스 작가님의 '진해 군항제' 글을 읽고 말았네요.
다행히 내용이 겹치진 않은 듯하여 계획대로 발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