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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Dec 10. 2024

거짓말, 휴대폰, 그리고 게임

초등 종합(2)

울아들은 자칭 과학 영재(?) 소년이었지만, 내가 보기엔 조금 독특한, 그러나 평범한 남자아이였다.

그러니, 대부분의 초등 남자아이들에게 보이는 행동들, 예를 들면 거짓말하기, 휴대폰에 집착(중독은 아님)하기, 그리고 게임 즐기기 같은 것들로 인해 우리도 아이와 약간의 갈등(?)을 겪기도 했다.  


첫 번째, 거짓말.

사실, 울 아들이 잘하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가 거짓말이 아니었나 싶다. 유아기 때 흔히 한다는 사소한 거짓말도 잘 안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할 일도 없었고, 할 수도 없었다는 게 정답 아닐까 한다. 주변에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케어해 주는 어른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데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나 또한, 아이를 늘 지켜보고, 관찰하는 편이라,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너무 뻔하게 보여서 거의 바로 반응을 하다 보니, 거짓말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부처님 손바닥이 아니라 엄마 손바닥 위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후, 어쩌다 거짓말하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서, 울 아들도 가끔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 엄청난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유아기 때부터 신경 썼던 알레르기 때문에 "학교 앞 문구점에서 불량식품을 사 먹지 마세요."라고 했는데, 하교하는 길에 친구들과 함께 문구점에 들러 불량식품을 사 먹었고, 그걸 현관문 앞에서 아무것도 안 먹은 척하고 오는 정도의 귀여운(?) 거짓말이었다. 문제는 그 모습을 내가 본의 아니게 다 봐 버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냐면.... 

초등 3학년 때 이사를 오고 나서 보니, 우리 아파트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였고, 그 덕에 아이방 창문을 통해서 아이가 집을 나서서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책가방을 매고 등교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하교할 때쯤 되면 언제 오나 기대하는 마음에 가끔 들여다봤는데, 그날도 마침 아이가 올 때가 된 것 같아서 창밖을 보는 순간, 딱 아이가 문구점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손에는 "불량식품"을 들고.


과자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용돈도 잘 안 쓰는 아이인데, 친구들과 하하 호호 웃으면서 불량식품을 사 먹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울아들한테도 저런 면이 있구나.' 싶으니 재미있기도 하고, 현관문 앞에서 몇 초간 부스럭부스럭거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이 우습기도 해서 아이의 첫 거짓말을 목도한 날 모르는 척을 했다. 

"어서 와, 배고프지? 간식 뭐 먹을래?"


그날 아이의 어색한 미소와 빨개진 귀를 보면서, '거짓말하면 티가 정말 많이 나는 아이구나.' 싶어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아이도 그날 내 표정을 보고 '어쩌면 엄마가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작은 거짓말 한 번에 어찌나 불안해 보이던지...


그날 이후, 나는 아이가 가능하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서 군것질을 하는 거라면, 차라라 좀 더 나은 간식을 사 먹을 수 있게 용돈을 쥐어 준다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 친구들까지 데리고 가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게 "친구들과 편의점에 가서 맛있는 거 사 먹어." 하면서 용돈을 더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마치 제삼자의 이야기인 것처럼, 거짓말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면서 아이에게 "거짓말로 인해 서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번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고, 결국 서로의 말을 믿지 않게 된다."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 역시 아이와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일관성 있게 키우는 것이 내 모토였던 만큼, 나도 울 신랑도 아이에게 한번 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아이 입장에선 좀 부족했을지 모르겠지만, 거짓말쟁이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된 지금.

이젠 울 아들의 일상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거짓말은 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확신하냐면, 울 아들의 경우, 자신의 대답이 거짓말이 될 것 같으면 일단 입을 닫는다. 예의상, 혹은 선의의 거짓말 이런 것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 아이는 무언의 대답으로 "엄마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엄마의 요구에 "네"라고 대답하면 거짓말이 된다. 그래서 답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경우라면, 어쩌겠는가? 아이가 하겠다는 대로,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야지. 


두 번째, 휴대폰에 집착하기.

우리가 아이에게 휴대폰을 사 준 것은 전학을 오고 난 후, 그러니까 3학년 때부터였다.

이 무렵 "제03화의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 또한 새로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사로 인해 일터까지의 거리가 멀어져서 아이의 하교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이가 방과후 학교까지 마치고 하교하는 날들이 있어 퇴근 시간을 일부 확보할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연락이 가능하면 좋을 듯하여 전화통화 기능만 있는 휴대폰을 사주었었다. 그런데, 4학년이 되고 나니,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친구들도 많아지고, 전화통화보다는 카톡 연락이 더 쉽고 간편하게 느껴져서 결국 친구들과 비슷한 성능의 휴대폰을 사주게 되었다. 


휴대폰은... 그러니까 스마트폰은...

아직 제대로 된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있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기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휴대폰에 집착하지 않고, 휴대폰 사용을 절제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휴대폰에 대한 잔소리를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하지만, 강제로 하지 못하게 휴대폰 기능을 설정한다거나 휴대폰 자체를 뺏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언제가 되었든 휴대폰에 대해서도 스스로 절제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 잔소리는 끊임없이 했다.


그리고 몇 가지 규칙들을 지키도록 했다.

첫째, 공부방에는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지 않는다. 

둘째, 밥 먹을 때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

셋째, 잠잘 때 휴대폰은 거실에서 충전한다. 

넷째, 이상한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의미 없는 단톡방(오픈 단톡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네 번째 규칙의 경우, 아이 아빠가 눈여겨봤다가 가끔 확인했고, 온라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휘둘릴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늘 상기시켰다. 


그리고, 휴대폰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려갔다. 책을 함께 읽었고, 보드게임을 함께 했다.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도 틈틈이 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전화통화, 카톡 대화가 일상인 아이에게 휴대폰을 억제시키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어쨌든... 

부득이하게 아이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사주게 된 휴대폰이 우리 집에서도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일상인 것을.


세 번째, 온라인 게임. 

4학년쯤 되니까, 온라인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고, 아이도 차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게임들이 있었지만, 울 아들은 모바일보다는 PC 게임을 더 좋아했고, 특히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나의 사전 허락 하에, 친구들과 PC방에도 가끔 갔는데, 다른 친구들은 PC방에서 저녁을 해결하면서 늦게까지 게임을 한 반면, 울 아들은 저녁 먹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와야 해서 많이 아쉬워했다. 


일단, 우리는 초등학생 아이가 밤늦게까지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낮동안에 아이의 모든 일정이 끝나는데, PC 방에서 게임을 하겠다고 밤늦은 외출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 아빠가 PC방 가는 것을 썩 좋게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교우관계를 위해서라도 PC 게임을 못하게 막는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걸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아이 아빠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며칠 고민을 하더니, 갑자기 최신 사양의 컴퓨터, 게임용 마우스, 헤드폰, 키보드를 사다가 "공부방"에 설치해 주었다. 

"친구들과 게임은 하되, 가능하면 PC방 말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하면 좋겠어, 아들. 대신 시간을 정해서 하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스스로 게임을 끝내기로. OK?"


집에 번쩍거리는 키보드가 생기고 그 당시 PC방에 버금가는 성능의 컴퓨터가 한대 더 생기자 아이도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물론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 못하는 게 약간 아쉬운 것 같긴 했지만.

그런데, 집에서 친구들과 온라인상에서 만나 게임을 하려고 보니, 좀 더 나은 게임 프로그램을 까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게임 전용 PC는 아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빠의 서프라이즈 선물이었지만, 게임 프로그램은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이다 보니, 다시 한번 "설득"의 시간(제08화 참조)이 시작되었고, 하드웨어를 선물한 아빠로서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울 신랑 입장에서는 게임을 집에서 할 수 있게 해 준 자체도 이미 엄청난 배려인데, 게임 프로그램까지 사줘야 한다는 것이 조금 못마땅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니 아이의 설득과 설명을 한참 동안 경청한 후, 결국 "각서"를 쓰는 조건으로 게임 프로그램을 사주기로 한 것 같았다.

아이의 첫 각서에는 "앞으로 다시는 게임 프로그램을 사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고, 서로 사인까지 한 후 냉장고에 붙여 두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둘 사이에 정확하게 어떤 대화가 이루어졌는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또 이 각서로 인해 아이와 아빠의 사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아서 나는 두 부자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각서를 쓴 후, 정당하게 프로그램 선물을 주고받아 그런지, 아이도 아빠도 게임에 관해서는 더 이상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각서 내용은 지켜지고 있다. 


아빠 덕분에 아이는 PC 방보다 주로 집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게 되었고, 아빠와 약속한 대로 시간 약속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물론, 우리도 아이의 게임 상황을 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는 했다.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1시간만 게임할게요."라고 해도 게임이 덜 끝난 상태에서 게임을 종료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울아들은 "이 판까지만 할게요."라는 말을 자주 했고, 우리도 그 판이 너무 길지 않은 한 허용해 주었다. 


아이가 게임을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친구가 없을 때에는 기존에 쓰던 컴퓨터를 이용해 내가 아이의 게임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사실 나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잘 하진 못했다. 그저 아이가 시키는 대로 이쪽 땅을 파라고 하면 열심히 팠고, 벽돌을 쌓으라고 하면 쌓았다. 그저 아이의 마인크래프트 세상에 살짝 발을 걸쳐 놓는 정도였지만, 혼자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잘 못하는 엄마라도 옆에 있으면 가르쳐가면서 하는 게 더 재미있는지 가끔 "엄마, 마인크래프트 할래요?"하고 물어봐주기도 했다. 

 

아이의 마인크래프트 사랑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시간이 없기도 했고, 친구들과 새로운 게임인 롤(리그 오브 레전드)을 하느라 나와 함께 하던 마인크래프트 세상 만들기는 끝이 났다. 대신 아빠가 내 자리를 차지해 아이의 롤 게임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거의 대부분은 친구들과 게임을 했지만, 가끔은 아빠랑 같이 하기도 했다. 


아이가 우리와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아이 입장에서 우리의 위치는 "친구 대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겠지만, 우리는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함으로써, 아이의 게임 취향도 알게 되고, 대화거리도 늘어나서 좋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가끔 아이와 아빠가 TV에서 하는 롤 경기를 함께 보며, T1(e 스포츠팀)이 어쩌고 페이커(프로게이머)가 어쩌고 하는 이야길 나누는 모습을 보면, 어릴 때 온라인 게임을 함께 하는 것이 온라인 게임 중독도 막고, 게임으로 인한 아이와의 갈등도 줄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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