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만화책도 영화도 아닌 음악 감상도 아닌 <취미는 사랑 - 가을방학>
일단 무언가 알고 나면 곧장 앓고 마는 나. 이름은 잡덕이요, 취미는 ‘사랑하기'다. 알고-앓고, 알고-앓고의 반복은 나의 오랜 취미이자 특기다.
*취미 및 특기란
별점을 매긴 영화가 1111편, ‘보고 싶어요’ 한 영화 500편. 첫 장도 펼치지 못한 책들이 책장에서 노려보지만, 서점을 기웃거리고선 새책 데리고 오기. 일단 시작한 게임은 ‘만렙’ 전까지 놓질 않고, 한 달에 한 번 야구장을 갈까 말까지만,10개가 넘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 옛날 물건은 추억 때문에, 새 물건은 설렘이 다하지 않아 뭐하나 쉽게 버리질 못한다. 그렇게 나는 잡덕이 됐다.
‘완전체 잡덕’으로 진화한 건 엄마 덕이 크다. '하고 싶은 거? 일단 해보기!'라는 교육관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각종 활동, 방과 후, 학원 컬렉터였다. 합기도, 미술, 영어 회화, 논술, 과학 실험, 발레, 플루트, 컴퓨터, 구연동화, 피아노, 또 미술, 독서 토론, 요리 교실, 포토샵, 도예, 파워포인트, 방송부, 민속놀이부, 연극, 합창, 포켓볼, UCC, 십자수, 각종 국영수 학원... 이젠 거금을 줘야 배울 수 있는 취미를 생각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만 싶다. 돈 없는 잡덕은 껄떡대기만 반복할 뿐이다.
좋은 건 더 좋아져서, 싫던 것도 어느새 스며들어 하나둘 애정 목록이 늘었다. 모으고, 기억하고, 기록하고, 쌓여가기를 반복해 모인 나의 컬렉션. ‘덮어 놓고 좋아하기’를 취미로 두니, 이제 방은 사람 예닐곱 명을 모은 듯한 취미 집합소가 됐다. 분야도 어찌나 가지각색인지. 어디서부터 소장품이고, 어디까지가 방치된 병풍인지 모르겠다. 좋아함을 좋아하고, 취미 만들기가 취미인 내게 즐겁지 않은 날이 올까. 모든 것에 질리는 날이 올까. 그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걸까. 앞으로의 이야기는 좁은 방이 담지 못한 애정 컬렉션과 '취미 소개' 칸에는 욱여넣지 못한 취미 예찬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