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컬렉션 맨 윗줄에는 4권의 콜렉트북이 있다. 친구들과 포토 부스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 콜렉트북 시리즈의 1편을 장식했다. 포토 부스가 유행한 2018년부터 현재 진행형으로 추가되는 중이다. 이 앨범에는 주변 친구들은 달라지고, 가운데는 한결같은 내 얼굴이 가득하다.
처음엔 사진 찍은 족족 창문에 붙였다. 그러다 50장이 넘어갈 때, 더는 두고 볼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의 얼굴로 가득 찬 창문은 범죄 영화 속의 '요주의 인물 관계도'를 떠올리게 했던 거다. 그렇게 인생네컷, 포토 시그니처, 하루필름, 모노맨션, 포토드링크, 기타 온갖 포토xx의 사진을 모아 첫 콜렉트북을 완성했다. 좋아하는 건 늘여놓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콜렉트북 한 권 가득 애정을 채우는 희열 또한 짜릿했다. 그렇게 콜렉트북-컬렉터의 삶이 시작됐다.
귀여운 곰이 그려진 보라색 콜렉트북, 아코디언 파일에 영화 스티커를 잔뜩 붙인 콜렉트북, ‘The Most beautiful way to recollect your movie memories’라는 글자가 적힌 콜렉트북.
눈치챘나? 포토부스 콜렉트북을 제외한 나머지는 ‘영화를 사랑하는 3가지 방법’이다. 영화관의 낭만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시나? 아무리 OTT가 관람객을 훔쳤대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 있다. 티켓, 그리고 포스터. 옛날 영수증 티켓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대가 변하고, 티켓이 변했다.
치즈 모양의 <톰과 제리> 티켓, <해리포터> 속 티켓을 그대로 옮겨놓은 나이트 버스 탑승권, <리빙 빈센트>에는 반짝이는 ‘별이 빛나는 밤’ 티켓... 그뿐인가? 영화의 장면을 모아 만든 필름 모양의 티켓까지. 새로 오리지널 티켓이 나온다는 소식만 들리면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이건 아무래도 내 가지라고 만든 거제?”
그렇게 모은 오리지널 티켓이 32개. 영화 장면을 프린트한 카드모양 포토 티켓이 또 40개. 영화 포스터가 없으면 섭섭하니까 또 30장.. 영화 티켓을 얻기 위한 주객전도는 일상이다. 시간이 없을 때는 영화 감상을 포기하고 티켓만 받으러 가는 거다.
심지어는 소진된 티켓을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에서 중고로 사기도 했다. 재개봉으로 열린 영화가 좋아서 티켓을 모으고 싶은 건데.. 정작 영화는 남이 보고 티켓만 모으는 거다. 더 놀라운 것은 티켓값이다. 영화 값이 만 원인데, 티켓도 만 원이다. 심지어 ‘희귀 티켓’은 프리미어 가격까지 붙는다. 영화는 영화대로 보고 티켓을 또 티켓대로 돈 주고 때의 고통이란.. 돈도 2배! 고통도 2배로 얻는 법! 절찬리에 알려드립니다! 선착순으로 받는 오리지널 티켓인데, 늦었다는 이유로 두 배의 돈을 지불해야 영화와 티켓 모두를 얻을 수 있다니. 혹시 이 글을 메가박스 관계자가 보신다면, 오리지널 티켓 수량을 늘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나까지만 어떻게 얻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