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3
여기 아이들을 보면 신이 주신 재능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매일매일 느끼곤 한다. 그 신이 알라든, 예수든, 부처든, 아몬신이든, 제우스든, 무엇이든. 축복받은 재능이 분명히 있다, 이 아이들에겐. 따라갈 수 없는 리듬감, 찬란한 색감, 유연한 노래, 빠른 다리, 반짝이는 눈, 쓰레기로 장난감을 만드는 창의력, 부서지는 웃음, 외국인을 보고 도망가는 순수함.
가진 것이 없어 더 빛이 난다.
도화지가 없어서 그 재능이 더 빛나고,
악기가 없어 그 노래가 더 감동이다.
축구공이 없어 창의력이 폭발하고,
차가 없어 걸음이 빠르다.
케냐 아이들에게서 너무나 뚜렷이 보이는 수많은 신이 주신 재능들을 보다가, 문득 한국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재능들이 있는지 생각해 봤는데, 크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슬픈 사실이다. 내가 영어과외하던 중1, 중3 아이들은 새벽 한 시 반까지 학원을 다니면서도, 니가 뭐 할 때가 젤 좋냐는 질문에 답을 못한다. 이마트에서 단기알바를 할 때, 3살 아기를 위한 영어 교재는 무려 300만 원인데, 나는 그저 그 아기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려고 하는 건지, 내가 갖지 못했던 재능을 심어주려 하는 건지. 그냥 짧은 시간 동안 봤던 한국의 아이들이 너무 팍팍하게 살고 힘들고 무력하고 슬퍼 보였다. 그들이 가진 재능이 나도 헷갈리고 너도 헷갈리고, 엄마도 헷갈리고, 애들도 헷갈리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든 소중한 주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자극받고 감동받고. 아이들을 떠올리며 다시금 다짐해 본다. 곧 그대가 아는 아프리카가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어. 그대가 아는 아프리카는 수많은 NGO들이 과대 혹은 과장된 슬픈 광고로 왜곡시킨 아프리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