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2
오밤중에 산책 나가 간짬뽕과 맥주를 사고 휘작거리다 알바하던데 가서 맥주를 잔뜩 얻어먹었다. 잠시 기절했지만 시차적응 실패로 새벽 네시에 깨서 해장을 했다. 밀키스가 천 원이나 한다. 나가사끼 홍짬뽕도 천 원이다. 한 달에 500달러 생활비 받고 엄마 아빠 용돈 다달이 각 십만 원씩 도합 이십만 원, 행사땐 삼십만 원씩 주고도 일 년 간 250만 원을 모아 왔다. 대단하다. 카바넷에서 소다는 사치품이었다.
시차적응 실패로 막걸리에 기대어 잠을 자볼까 하다가 어머님에게 목격됨.
"너는 술을 물 마시듯 마시냐?"
네, 어머님. 다행히 아버지의 유전자를 받아 취하진 않습니다 그려. 다짐한 대로 매일 술을 홀짝이고 있다. 술 먹지 말란 계약이 끝난 걸 축하 중. 계약서 사인 전엔 잘 읽어봐야 된다.
밥 먹는데 옆에서 엄마가 이제 뭐 할 거냐며 얼른 취직하란다. 전공 살려서. 누구누구는 삼성건설에 가서 오백만 원씩 월급 받는다고, 일이 년 지나면 닌 취직도 못해 나이 많아서,라고 하신다. 굳이 대답하지 않는 걸로 효도를 대신한다.
시차적응의 실패로 밤새고 아침 먹는 내게 어마마마가 머라 하신다. 볼 때마다 먹냐고, 돼지 된다고. 본인 자고 일어난 건 생각을 안 하신다. 우리 어마마마가 짱이다. 딸내미 아프리카서 9킬로 빠져왔다는 건 못 알아채고 시꺼메졌다고만 하던 분이다. ‘좀 먹으면 어때서요. 엄마 용돈 보내주려고 쪼잔하게 살다 가족들 콜라도 못 사주는 인간이 되었소.’ 하고 싶지만 입 꾹 다물고 한 번에 김 두 장씩 싸 먹는 걸로 효도를 대신한다. 밥 먹기 참 힘들다.
한국 도착하고 언제나처럼 환경이 바뀌면 오시는 그분이 왔다. 이름하야 변비님. 그럴 땐 와인 코르크를 따 듯 뚫어줘야 한다. 땡스 투 마 프렌 둘코락스, 나의 친애하는 변비약.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도움으로 첫 굵똥을 뽑아내고 확인해 보니 두 줄이 가지런히 누워있다. 까만 똥과 빨간 똥이다. 착잡하다. 똥을 보고 슬프긴 처음이다. 케냐 똥이 다 빠져나가고 대한항공 고추장으로 인한 빨간 똥이 나왔다. 내 안의 케냐가 빠져나간 느낌이다. 그 후 매일 빨간 똥을 싸고 있다.
똥은 빠져나갔지만 마음은 빠져나가게 두지 말자. 그곳에서 나눴던 마음들은 백 년 변비로 담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