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7
긴 하루가 갔다. 19일 만에 두 번째로 울었다. 비로소 마음이 쉬어졌다. 부모님이 떠나고 친구들이 왔기 때문이다. 오늘에야 몸이 쉬어졌다. ‘방’이란 공간에서 잠시 눈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간 못했던 폭풍작업을 하며 라면을 끓여 먹다가, 갈비뼈 중간의 저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올라왔다.
그간 쓴 돈 정리를 하다 보니 우리 애들 생각이 너무 나더라. 어느새 나는 한국물가에 적응해 갔고, 수십 번 망설이다 소다 한 병 사 먹던 그 일 년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어제 커피 한 잔에 오천 원을 썼다. 오천 원... 19명의 장애아동, 장애아동이라 뭉뚱그려 부르기도 싫은 내 새끼들이 도서관 와서 친구들과 신나게 하루 수업받을 수 있는 돈이다. 소중한 교통비와 오천 원의 커피. 삼천 원의 밥도 너무 비싸다며 한사코 싼 걸 먹겠다던 우리 부와나들. 갈 곳이 없어진 나, 마음 쉴 곳 몸 쉴 곳이 없어진 나, 가지 말라던 마담들, 돌아오라던 사람들, 나 어딨냐고 묻는다는 아이들. 물밀듯이 밀려와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19일간 나 자신을 일시정지 해두었다. 오늘 처음 재생버튼을 눌렀더니 묻어두었던 감정들도 치밀어 오른다. 빨리감기를 돌려야 한다는 조바심에 가슴이 턱턱 막히다가도, 결국 우리 부와나들의 말씀을 떠올리고 만다.
“뽈레뽈레.” (천천히, 천천히)
“하쿠나 마타타.” (문제없을 거야)
“Slowly, but surely.”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보고 싶어요. 내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 케냐.
부와나 (Bwana): ‘아저씨'라는 뜻의 스와힐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