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8
케냐 카바넷 아주머니들은 내 머리카락을 좋아하신다. 형형색색 보자기로 머리를 싸 맨 아주머니들께서 내 흘러내린 옆머리를 보고는 스마트하다고 입을 모아 외친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가지지 못한 케냐 여인네들은 내 머리칼이 부럽고, 나는 그네들의 쭉 뻗은 다리, 올라 붙은 엉덩이, 사과같이 동그란 가슴이 부럽다. 미국에서 만난 백인 친구들은 주름 없는 내 피부가 부럽다고 하는데, 많은 한국의 여자들은 그네들의 하얀 피부, 큰 눈, 오똑한 코가 부러워 얼굴에 칼을 댄다. 나도 초등학교 때는 내 낮은 코가 싫었고, 중학교 때는 튀어나온 입이 싫었다. 고등학교 때는 쌍꺼풀이 생기도록 눈에 힘을 주고 다녔었고, 대학교 때는 갑자기 찐 술 살이 싫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아름답다 할 때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이십 구 년을 살아온 지금에서야 나의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것을 믿게 되었는데,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생긴다는 것.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체득하게 된 것이다.
이런 나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만다. 네 그대로의 모습은 부족하다고 세뇌시키는 한국사회의 강력한 힘을, 일개 개인인 우리가 벗어나기는 굉장히 힘들다. 그러니 나에게 아름답다 말해주던 그 사람들처럼, 나도 그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네 작은 눈, 낮은 코, 동그란 배도 아름답다고. 너의 밝은 웃음이 빛이 난다고.”
스마트 (Smart): 케냐에서 “멋있다, 예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