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서 사랑스런 마리안느

by bbj


이름도 예쁘고 외모도 예쁜 데다, 키우기가 쉬운 식물이어서 소개겸 글의 소재로 잡았다.


마리안느, 빵이랑 과자가 맛있는 어느 유럽 소국의 공주 이름 같다. 마들렌이랑 비슷해서 그런가보다.

사온 뒤로 분갈이하며 별탈 없이 잘 키우고 있었다.


물을 좋아해서 다른 화분보다 자주 줘야 했었는데, 한번은 그 사실을 깜빡하고 주말과 연속한 연휴를 지나 연구실에 출근했더니 저 빳빳한 잎이 죄다 풀이 죽어 축 쳐져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식물 하나가 무지개다리 건넜다 싶으면 덜컥 하면서도 야속함이 같이 몰려온다. 아니 그동안 부지런히 의무를 잊지 않았는데 한번 쯤은 버텨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안타깝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을 흠뻑 줬더니, 거짓말처럼 저 잎이 사진 속 처음 상태로 부활(?)했다. 다죽어가는 것도 모자라 죽은 것처럼 보였던 식물이 몇시간 만에 쌩쌩하게 대변신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렇게 한번 당하고(!) 나서는, 가끔 잎들이 모두 세상 다 잃은 사람처럼 축 쳐져 있을 때를 만나면 여유롭게 웃으며 물을 듬뿍 준다. 그럼 두 세 시간 만에 다시 짱짱하게 잎을 들어올린다. 줄기와 잎에 숨은 근육이라도 있는 것처럼.


온몸으로 “물 줘라 나 죽겠다“외치는 이 식물을 볼 때면 솔직해서 다행이고 사랑스럽다. 사람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투명해도 탈이지만, 소중한 관계가 허무하게 끝나버릴 바에야 그냥 솔직하게 뭐가 문제이고 필요한지 툭 터놓고 말해줄 순 없었을까. 각자의 체면과 지레짐작의 습관과 두려움은 상대를 덜 알거나 믿지 못함이니, 정작 난 그리 속이 복잡하거나 계산적이지 않은데 말이다.

너무 소중해 그렇겠지만, 가슴보다 머리를 더 앞세우는 이에게서는 잡았던 손을 슬며시 놓게 된다. 벽을 앞에 둔 것 같아서.


그 끝에 남기는 말, 다 사정이 있었겠지.

내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사실들 마음들 일들.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마음과 인사였다.


물론 식물보다 사람은 훨씬 복잡한 존재인 걸 모르지 않는다. 식물은 사람은 각자가 줄 수 있는 기쁨의 폭과 깊이가 다르고 다양하다. 여튼,


솔직해줘서 고맙다 마리안느.

덕분에 오래 우리 함께하니까.


사진 속 화분은 자주 먹는 물만큼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더니 어느덧 세 개의 화분이 되었다. 지금도 새 잎을 쉴새없이 밀어올리고 있다. 볼 때마다 밝은 기운을 얻는다. 식물을 한번 쯤은 키워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마리안느 정말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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