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처럼 찾아온 화이트스타

아름답고 강인한 식물

by bbj

2022년 상반기에, 아는 분이 선물해 준 화분.


평소 내가 일하는 책상 옆에 난초 두 그루가 내 나이에 안 맞게 올드(?)해 보인다는 것이 선물의 이유였다. 주신 분이 직접 화분도 고르고 분갈이도 해서 주셨다.


처음 만났을 때 화사한 외모에 만지면 종이처럼 빳빳하고 까슬까슬한 잎이 신기했는데, 물이 모자라면 시금치처럼 촉촉하게 축 쳐진다. 놀라서 물을 주면 반나절 이후 다시 생기를 내뿜는 강인하고 예쁜 식물이다. 햇빛이 많으면 초록 무늬가 옅어지고 그 반대면 진해진다.


일조량에 따른 무늬 변화나 까슬까슬한 촉감도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외모가 화사하고 참 예쁘다.

보면 볼수록 내게 선물해 주신 분의 마음이 느껴져 감사하다.


여기 브런치에 적는 모든 식물들은 저마다 우여곡절이 다 있다. 이 화분도 그랬다.


덩쿨 식물들은 일조량이 충분치 않으면 옆으로 펴져 자란다. 화이트 스타도 알고보니 그런 식물이었는데, 처음 선물 받을 땐 고봉밥처럼 소담하게 담겨 있더니 점차 옆으로 펴져 자라 모습이 보기 싫어졌다. 가지치기 해도 뿌리를 잘 내린다길래 무턱대고 퍼진 가지들을 싹둑싹둑 잘라 옆의 갈색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얼마 안 가 갈색 화분에 이사 갔던 애들이 다 죽어 버렸다.


알고보니 물꽂이를 해서 뿌리를 충분히 많이 내린 후에 옮겨 심어야 했던 것이다. 너무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다시 제법 소담해졌는데 한 번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작년 겨울 강추위에 깜빡 창문을 열어두고 퇴근했더니 다음 날 물을 안 준 화분마냥 폭삭 주저앉아 있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예전에 했던 실수인 가지치기를 다시 감행했다.잎이 다떨어지고 남은 줄기라도 살려야겠다 싶은 마음에. 마치 인공호흡하는 심정이었다.

잎은 죽어도 줄기가 통통하게 살아있다면 희망이 있지 싶어 자른 가지를 물꽂이 했더니 다시 뿌리가 내렸고(두달 넘게 뿌리가 풍성해질 때까지 기다림), 잎 두어개만 남아 휑했던 화분은 옮겨심은 가지들이 뿌리내리기에 성공한 덕에 반년만에 다시 소담해졌다.


함께한 지 4년 째인데, 볼 때마다 죽다 다시 살던 그때가 떠올라 롤러 코스터 타는 기분을 느낀다. 미숙했던 식집사를 매정하게 떠날 법도 한데, 갈듯 말듯 하면서 지금까지 곁에 머물러 주었다.


살려낸 걸까 살아난 걸까,

아마도 같이 살아낸 거겠지?


나와 함께한 식물들 가운데에서 웨딩드레스 입은듯 화사하게 있지만, 속은 누구보다 강인한 신부다.


+일주일에 한 번 적기로 하니 자주 까먹는다. 글쓰는 주기를 자주 해서 빨리 완료하든지, 다른 연재를 시작해봐야겠다.

+적기 전에는 ‘식물 하나로 뭘 적나’싶게 막막한데 적다보면 그때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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