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그 의식에 자부심 가져도 좋다

부록

by 밈바이러스

의식은 똑똑한 알고리즘이 아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AI는 복잡한 계산을 순식간에 해내고,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의 ‘의식’도 결국 아주 복잡한 알고리즘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의식과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크리스토프 코흐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의식은 똑똑한 알고리즘이 아니다. 계산을 통해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코흐는 중력이나 폭우의 시뮬레이션을 비유로 듭니다. 아무리 블랙홀이나 폭우를 컴퓨터로 정교하게 모방해도, 시뮬레이션 속 중력 때문에 노트북이 빨려 들어가거나, 방에서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력이나 물방울 생성에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물리적 ‘인과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블랙홀의 인과적 힘을 모방하려면 실제의 초고밀도 구체가 필요합니다.


인과적 힘은 시뮬레이션될 수 없으며, 구성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중력의 한 측면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그 생생한 인과적 힘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흐는 의식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의식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계산 과정이 아니라, 그 시스템 자체의 내재적 인과적 힘으로 비롯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현상이자 ‘경험하는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뇌 회로와 연결성: 의식의 물리적 기반

코흐는 의식이 구성 요소의 개수에 의존하지 않으며, 그것들이 연결되는 방식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회로의 상호연결성입니다. 우리의 뇌는 이 점에서 디지털 컴퓨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리 뇌의 뉴런은 다른 뉴런 최대 10만 개로부터 입력을 받지만, 디지털 컴퓨터는 세 개 정도와 연결되어 매우 낮은 연결성을 가집니다. 컴퓨터가 뇌를 시뮬레이션하든 무엇을 처리하든, 그 컴퓨터의 내재적 인과적 힘은 “빈약한 존재론적 먼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복제될 수 없는 의식

의식을 디지털 형태로 복제해서 컴퓨터에 옮겨 심는 것이 가능할까요? 마인드 업로딩의 핵심은 뇌의 모든 신경 연결망인 ‘커넥톰(Connectome)’을 완벽하게 지도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배선도는 정적이어서 활동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앞서 이야기 했던 “뇌는 마음한다”를 담아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시신을 보는 것과 같아서, 성별, 나이, 기타 등에 대한 식별에는 유용할 수 있어도,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알아볼 수는 없다. 훨씬 더 많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신경조직 내에서 복잡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커넥톰의 동역학이 필요하며, 전뇌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시냅스 학습 규칙과 세포 적응이 통합되어야 한다. 현재 최첨단 기술은 쥐 피질 중 좁쌀 크기 내의 전기적인 시냅스 사건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충실히 재현하는 수준이다. 이것을 쥐의 전체 뇌로 확장하려면, 시냅스 가중치를 수정하는 데 백만 배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며,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그보다 백만 배나 더 어렵다. (코흐, <세계 그 자체>)


맘모스의 DNA가 있어도 그것이 작동할 생체 기반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설계도(DNA)가 있어도, 그것을 읽고 생명으로 구현할 ‘리더기’이자 ‘작동 기반’이 없다면 생명은 온전히 복제되지 못합니다. 뇌의 커넥톰을 복제해도, 그 물리적 시스템의 내재적 인과적 힘과 동역학이 없으면 의식은 싹틀 수 없습니다. 또한, 기증자를 죽이지 않고서 뇌의 미세 구조를 완전히 영상화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현재로서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 사용자는 그 의식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기계는 아무리 똑똑해도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은 단순한 정보의 복제나 시뮬레이션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의식은 뇌라는 물리적 시스템에 내재된, 시뮬레이션 불가능한 ‘경험하는 힘’의 결과이고 현상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계산과 알고리즘의 산물이 아니라, ‘경험하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코흐는 ‘나는 곧 세계’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의식은 단순히 뇌 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뇌의 물리적 구조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인과적 힘을 통해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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