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

당신을 기억할 때 11

by 호랑이아저씨

나는 새가 되고 싶다.


절벽 끝의 탁트인 바다를 향해 가로지를 수 있는 새가 되고 싶다.

강을 따라 종탑과 다리 사이를 날아다니고,

강물을 스치며 물보라를 일으킬 수 있는 새가 되고 싶다.


항상 그랬다. 땅에 두 발 붙이고 서 있으면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중력이 버거웠다. 콘크리트 바닥을 딛고 서면 자주 넘어지곤 했다.


하지만 내 얼굴에 바람이 스칠 때면 자유로워졌다.

산 정상에 올라 활공하는 까마귀를 보며, 온몸으로 허공을 느끼고

절벽 끝에 서서 먼바다를 바라보며, 양팔을 벌렸다.


마니산에서 바라본 넓은 서해뻘

보리암에서 바라본 어지러운 섬과 바다

그 아래로 몸을 던지면 언제든 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두 발이 덜덜 떨린 건 내가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게 날개가 있다면 덜덜 떨리는 두 다리는 필요 없을 텐데

힘찬 날개만 있으면 족했을 텐데


가끔은 내가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날고 있는 ‘느낌’을 찾기도 한다.


바람을 찾는 것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태풍이 오면 무자비한 바람을 느끼러 밖을 나섰다.

스키를 타면 속도를 주체못해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슬로프를 내려왔다.

바람이 부는 곳이면 어디든지 두 팔 벌려 활강하는 기분을 냈다.


너는 내 옆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너는 땅의 사람이다.

어렸을 적부터 걸어도 뛰어도 넘어진 적 한번 없었으며,

바람이 널 삼켜버리면 숨을 쉴 수 없다고 했다.

높은 곳은 질색했으며, 날아다니는 건 나비조차 싫어한다.


그런 나를 너는 어떻게 볼까?

새가 되고 싶다는 사람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사람을.

내가 마니산에서, 보리암에서, 카보다호카에서, 백록담에서, 라우스산에서, 울루와뚜에서, 다랭이마을에서, 심지어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고 느꼈던 것을 너는 어떻게 느끼고 있었을까?


2025년 2월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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