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고 싶은 사람들
상하이는 늘 변화 중. 매일 매일 주변의 모습이 바뀌는 속도를 따라 잡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어제 까지 초록색이 무성하던 길 가 풀밭도,
눈 깜빡! 하는 사이 오피스 타운으로 변해있더라구요.
불쑥불쑥 생겨나는 건물, 깨끗해지는 거리뿐만 아니라 익숙하던 모습들이 사라지거나 또 생겨나기도 합니다.
뽀오얀 피부와 풍선 같은 배를 뽐내시며 헐벗은 채 동네를 활보하시던 아저씨들은 이제 뵙기 힘들지만
유별난 옷들을 유별나게 껴입고 다니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개성이라 해둡시다.
부실해 보이는 리어카에 산더미만큼 짐을 싣고 핸드폰을 손을 쥔 채 앞도 안 보고 주행하시는 신통 방통 재주꾼 폐품 수거 아저씨나
길거리에서 물병을 줍던, 혹은 물 마시는 사람 옆에서 곧 비어질 물병을 기다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점점 사라지고
골목마다 아파트 단지마다 쓰레기 분리수거 상자가 등장했어요. 재활용품도 일괄 수거를 해 가다 보니 폐품을 수집하던 사람들이 이젠 잘 보이지 않아요.
밤만 되면 온 길거리 자욱하게 불이라도 난 듯 연기를 피워내며 자글 자글 양꼬치, 온갖 야채들을 구워내던 노점상들과
은행 앞에서 늘 두툼한 일수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한삐, 한삐 韩币(한국돈)"을 속삭이시던 불법 환전 아저씨도
그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늘어난 경찰 아저씨들의 열일 덕에 이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되었네요.
중국은, 적어도 상하이는 십여 년 전보다 분명, 살기 좋아졌습니다. 지금도 뚝딱뚝딱 끝없는 공사 중에 매일 업그레이드되고 있구요. 그때 불명이 비어지길 기다리던 할아버지,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양꼬치를 굽던 청년, 맨들맨들 손 기름이 굳은 일수가방의 환전 아저씨. 모두들 그때보다 좋아진 상하이에서 그때보다 편한 모습으로 살고 계시겠지요?
아, 그때 헐벗었던 아저씨들이 적어도 옷 한 벌은 건지신 건 확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