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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장 Aug 13. 2020

현금, 카드 없는 세상

지갑 대신 핸드폰을 꺼내 주세요 

중국은 이미 현금 없는 사회로 들어섰습니다. 


온라인 지갑 이전에는 현금을 사용하거나, 혹은 통장에 들어 있는 돈만큼만 사용하던 체크카드 사용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신용카드 사회를 건너뛰어 이제는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앱을 통해 사용하는 온라인 지갑 시대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물건 구매는 물론이구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기부금 , 공과급 지급도 QR 코드부터 꺼내놓고 일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외출시 가방속에 지갑 대신 충전선과 핸드폰 보조 배터리를 챙겨야 하지요. 


 이러한 무현금 거래의 보편화는 당연히 기술의 진보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편리성이겠지요. 별도의 앱이 아닌, 일반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그 안에서 거의 모든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가 제공이 되거든요. 


중국 사람, 아니 이제는 중국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 프로그램 "WECHAT" 그리고 마윈이 일으킨 세상,  알리바바의 "ALIPAY " 가 온라인 거래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챗이나 즈푸바오 (ALI PAY 의 중국어 발음)가 없으면 중국 생활에서 생활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가 최근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는 세 가지 정도입니다. 

먼저 주일 미사 봉헌금. 


중국 성당이나 종교 단체는 법인으로 등록이 되어있기에, QR 코드를 통해 헌금을 지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 외국인들을 위한 종교단체는 독립 기구로 인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인 성당은 오직 현금만을 사용합니다.  주일 미사 때 봉헌금은 , 각자 상황에 맞춰 정성스레 준비하고 익명으로 전달되지요.  


그러나, 점점 현금이 사라지는 지금 추세로 보아, 자리마다 QR 코드를 부착해 두거나 

 

이런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지극히 제 상상속의 한 장면입니다)




 최근 전해 듣기로 중국교회나 성당에서도 금액과 납부자가 선명한 QR 코드로 봉헌금을 전달하는 것에 반감을 느껴서  온라인으로는 봉헌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종교는 어디서나 열외를 인정받는 만큼, 아무래도 바깥의 세상과는 다른 부분이 있겠지요.


 두 번째 경우는 축의금이나 조의금처럼, 돈과 함께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때입니다.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려 받는 경우, 날짜며 금액, 거래인이 정확히 근거로 남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축하해",  "위로를 전합니다" 라면서 그 아래 금액이 선명히 찍혀 있다면 서로 조금은 민망하겠지요? 그래서 무현금 시대의 중국 사회에서도 결혼식이나 조의금 등의 금액은 빨간 봉투 , 흰 봉투 등에 빳빳하고 잉크 냄새가 폴폴 나는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경우는 조금.... 특이한데요.

최첨단 주차시스템을 갖추고도 꼭 현금으로만 주차비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전자 전방에 놓인 주차장 공인 QR 코드는 일부가 가려져있어 인식이 안되네요. 누군가가 부러 인식이 안되게 막아 놓은 것입니다. 그 "누군가" 일 것 같은, 늘어진 런닝을 입은 주차장 아저씨는 엄지 검지를 살살 비벼대며 "현금"을 달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분명, 내가 낸 주차비는 주차장 아저씨의 몫이지요. 




요즘 누가 현금을 가지고 다니냐고 온라인 지급을 하겠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앞으로 갈 수도, 뒷 차 때문에 차를 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뒤로 줄을 선 차들이 빵빵 빵빵, 재촉을 해대지만, 주차장 아저씨는 긁적긁적 , QR 코드를 열어주거나, 혹은 문을 그냥 열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초면에 실례지만 뒷 차 운전자에게 현금을 빌려야 합니다. 현금을 받고  위챗으로 돈을 주는 일명  "위챗 깡". 물론 그 운전자도 현금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또 그 다음 차....  

세상에 이런 구걸이 또 없네요. 



 


  현금이 없는 세상, 편리하긴 합니다만, 제가 그다지 스마트 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잉크 냄새와 여러 사람의 생활의 내음이 섞인 채 부스럭거리는  종이돈이나 주머니 짤랑짤랑 잔돈에 묻어나는 소소한 정이 조금 아쉬운 무현금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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