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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장 Sep 30. 2020

시작이 반가운 중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하루에 한 번은 꼭 하게 되는 온라인 쇼핑.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지속되는 요즘은, 이전이라면 시장에 들러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했을 법한 과일이나 신선 제품도 모두 손가락만 까딱 해서 구매하고 있어요.

퇴근 후 최고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등을 붙이고 소리 없는 클릭 클릭.  



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요. 포장쓰레기도 함께 배달이 되어 오네요. 특히 냉장 식품 배송으로 인해 개별 포장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버섯 한 봉에 투명 플라스틱 팩 하나 추가요, 냉동 만두에 알루미늄 보온 팩 추가. 아, 여기엔 보냉용 얼음팩도 들어있네요.  배달음식은 편하지만 기름기가 잔뜩 묻은 일회용 기도 처리가 참 곤란 한 친구입니다. 게다가 어찌나 꼼꼼히 개별 포장들을 해주시는지.... 하루에 한 번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 되었어요. 


중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적응이 안 되는 한 가지는 쓰레기 버리기였어요. 워낙 오래전부터 분리수거가 자리 잡힌 한과 달리 중국에서는 2019년에서야 대도시를 중심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행하고 있는데요, 이제 시작단계라 아직은 갈길이 멉니다. 거의 반년이 넘게 홍보를 꾸준히 하고, 벌금 등의 규정도 정해놓았지만, 자율적  시민의식이 조금, 부족해 보여요. 



현재 실행하고 있는 쓰레기 분리법은 크게 유해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로만 구분해서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곳에 버리면 되는 간단한 분리법입니다. 그리고   “不分类, 不收走-분리를 하지 않으면, 수거를 하지 않겠다 "라는 원칙하에 실행 중인데 분리를 안 해도 누군가 대신 분리를 해주고, 시간이 지나도 수거를 해주니 사실 아주 강제성이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물론 실행 초기라 그런 것이라 이해가 되긴 하지요. 

쓰레기 수거 시간(아침 2시간, 저녁 2시간)에 아파트 곳곳에 등장하는 분리수거장의 흔한 모습입니다. 유해 쓰레기 박스는 이 시간에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재활용 쓰레기는 도착하기가 무섭게 박스나 빈병, 플라스틱을 팔아 생활하시는 분들이 잘 정리해서 가져갑니다. 가끔 쓰레기 수거장 곁을 지키고 있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주요 쓰레기는 음식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인데요,  음식쓰레기는 湿垃圾 -젖은 쓰레기 , 일반 쓰레기는 干垃圾 - 마른 쓰레기라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마른 쓰레기의 정체가 애매합니다.  아마도 젖은 쓰레기를 제외한 모든 쓰레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구분되어 버려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무실 풍경은 또 다릅니다. 보통은 문서가 주로 오고 가는 곳이라 특별한 쓰레기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고 건물 전체에서 관리를 하기도 하겠지만,  분리수거에 대한 의식이 별로 없습니다. 층마다 정부에서 지정한 쓰레기 수거함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쓰레기는 다 개인 휴지통에 몰아서 버리지요. 문제는 점심시간. 배달음식을 먹는 인원들이 많다 보니 포장물이나 먹다 남은 음식들이 많은데요, 다들 포장재, 먹다 남은 음식이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쓰레기 수거함 곁에 고이 내려놓고 갑니다. 오후 시간이 되면 건물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하나씩 풀어서 음식물과 포장재(재활용이 가능한) , 그리고 음식용기를 구분해서 수거함에 정리를 합니다. 이 분도 자발적으로 하시는 일 아닐 겁니다. 분리하지 않으면 수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으니, 그리고 건물을 깨끗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 이 분의 역할이니,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지요. 개인들이 분리수거의 필요에 대해 깨닫고 스스로 실행을 해야 더 순조로울 텐데 , 지금은 초기단계라 그런지 억지로 끌어가는 모습입니다. 어느 일이든 처음엔 다 그렇겠지요?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마다 그곳의 쓰레기 수거함을 관리하는 곳도 정비를 했습니다. 아마도 사무실 쓰레기는 이곳에서 더 자세히 분리가 되는 것 같은데요, 밖에서 보이진 않지만 전담인원들이 쓰레기를 모으고, 또 수거함을 깨끗이 씻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쓰레기가 마음대로 버려지는 상황 대비, 쓰레기장 주변은 늘 깨끗합니다. 점심시간 도시락을 정리하는 아주머니나 이 곳에서 분리수거함을 전담하는 분들, 다 새로운 고용시장이 열린 셈이니, 이것도 한편으로는 좋은 현상이라고 봐야 할까요? 



사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예전에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놀라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분리수거를 전혀 실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일상화된 분리수거이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환경 보호 정책이나 의식이 나라의 규모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구나 깨달았지요.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답게 어찌나 쓰레기를 자유롭게 버리던지... 깜짝 놀랐더랍니다. 


한국에서는 큰 분류로 분리를 하던  수준을 넘어 이젠 비닐, 포장재, 스티로폼 등은 물론 박스에  붙은 테이프 제거해서 버리기까지 하잖아요. 심지어는 70이 넘으신 우리 엄마도 아주 세세하게 분리를 하십니다. 가끔 투덜 대긴 하시지만요. 그래서 아이들은 한국에서 방학을 다녀오면 혼란스러워하곤 했습니다. 중국에서 아무 구분 없이 버리던 쓰레기들을 한국에선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하고, 또 한국에선 잘 구분해서 버리던 물건들을 중국에 돌아오면 그냥 버려도 된다고 하니 말이지요. 물론, 집에서는 한국에서 처럼 정성스럽게는 아니지만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인 의식이 집단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우리가 걱정하는 자연재해나, 지금 당장 겪고 있는 코로나 등의 어려움이 환경오염과 무관하지 않을 거예요. 14억 중국인들이 분리수거를 시작합니다. 인구도 많고 땅덩어리도 큰 만큼, 지구에 큰 도움이 되는 한 발이기를 바라 봅니다. 물론, 쓰레기 분리수거보다 더 좋은 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이라는 것, 잊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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