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부장 Oct 27. 2020

중국 화장실 사용기

노크는 안 통할지 몰라요 !

나라마다 화장실 문화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처음 중국 생활을 시작할 때 화장실을 가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위생상의 문제였지요. 국제 무역이 주로 이루어지는 최신식 건물에, 관리가 잘 되는 편이긴 했지만 변기, 휴지통, 바닥. 어느 곳 하나 깨끗한 곳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 화장실은 정말 "국제 무역이 이뤄지는 건물"에 적합한 수준이었습니다.

일이 있어 상하이 외곽의 조그만 봉제 공장을 방문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랄 만한 화장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개인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각 칸의 문은커녕,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 자체가 없고 앞으로 나란히 앉아 앞사람의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바라보며 볼 일을 봐야 하는, 처음 보는 화장실이었거든요. 앉는 간격에 따라 다수의 인원을 수용 가능하겠더라구요. 다행히 아무도 없긴 했지만 너무 횅하니 오픈된 환경이 아무래도 적응되지 않아 결국 꾹 참고 몇 시간을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10여젼 전 일이라 지금은 공장지대 화장실들도 많이 나아졌을 거예요.


환경이 비교적 좋은 (적어도 문은 달려있는) 시내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에서 당연했던 노크 문화가 없어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쉽지 않았습니다.


문을 잠그지 않고 볼일을 보는 나이 든 아주머니들도 간혹 계셔서, 어중간하게 문이 열려 있어도 문을 함부로 밀쳐 보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문을 똑똑 두드려 보면 안에 사람이 있어도 딱히 반응이 없거나 쉐이야 谁呀 (누구야) 하는 날카로운 대답이 날아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안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 아래나 문 틈으로 살며시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지요.



매번 화장실 문을 여는 것도 고민. 중국 화장실은 사무실 건물이건, 공공장소건 손잡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간혹은 아파트 현관문에도 손잡이가 없습니다)

손잡이 대신 문에 달린 조그만 잠금장치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겨우 겨우 잡아당기기도 했지만, 화장실의 청결 상태를 보아 잠금장치 마저 손대고 싶지 않거나 통통통 살이 찐 내 손가락으로 잡아당기기에 잠금장치가 너무 왜소할 땐, 어쩔 수 없지요.


발등을 문 아래 껴 넣고 앞으로 문을 당겨 열기도 합니다.


화장실에 들어왔다면 다음 단계. 화장실 안에서는 스쾃 자세를 유지합니다. 변기가 너무 지저분해서, 실수로 변기에 철퍼덕 주저앉기라도 한다면 하루 종일 찝찝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야 하거든요.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사용 시 주의사항>은 이런 그림입니다.


누가 그렇게 위험하게 변기에 올라가 볼일을 볼까 싶지만, 요즘도 가끔씩은 직접 증거를 목격하곤 합니다.

상상에 맡겨 둡니다.



어느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려면 그 나라의 화장실을 가보라고 했었지요.

중국의 화장실 문화가 이전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 좀 더 가야 할 길이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상하이 시내 건물 들에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문 열어볼 만합니다. 호텔급 관리를 자랑하는 깨끗한 화장실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단, 노크는 잘 안 통하니 접어두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