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건강하지 못해 생긴 자신의 불편함을 본보기로 삼아 자식들에겐 '건강'의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특히, '수면'에 대해선 당신만의 철저한 원칙이 있었다.
"잠들기 전엔 좋은 생각을 하거라. 그러면 자는 동안 무의식이 좋은 소식을 가져다 줄 게다"
남들보다는 조금 아니 10년이나 빠른 조기 퇴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남다른 아이디어 하나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겁 없이 뛰어든 초보 사업가였다. 과정 또한 녹녹지 않았고 2년째 되던 해 결과는 폐업으로 이어졌다. 24시간을 밥 먹는 시간도 아깝게 뛰어다니며 사업에 열정을 불태우는 동안 불면증이 생겼다. 지친 탓에 어두운 표정으로 집에 들어가는 날엔 아버지는 조용히 미소만 짓고 아무 말도 시키지 않으셨다. 그저 잠들기 전, 잠깐 방에 들어와 "어여 자라. 힘들 땐 푸욱 자는 것이 보약이다"라는 말만 짧게 하실 뿐이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평범하게 일하고 있지만 그때 그 불면증으로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나의 침대에 없는 것 3가지 전기장판, 높은 베개, 핸드폰
'수면'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국립 수면 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은 전자기기와 수면의 연관성은 매우 깊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학적으로 논란이 되는 극저주파 대역의 전자기파(ELF)를 일컫는 것이다. 인체에 유도된 전류가 신경이나 근육을 자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저해한다고 한다.
1995년 미국 비영리 의료 그룹 카이저 병원(Kaiser Permanente)의 드쿤 리(De-Kun Li)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난임 여성이 임신을 했을 때 전기장판과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할 경우, 태아의 선천성 요로계 기형(Congenital Urinary Tract Anomalies: CUTA)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고 하니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발표되지 않은 논문을 포함하여 상당할 것으로 생각이 든다.
평소 만성 두통을 달고 사는 딸의 편안한 숙면을 위해서 아버지는 전기장판을 치우는 것도 모자라 침대로부터 전자기기의 콘센트 단자함을 멀리 설치했다.
해가 거듭날수록 정형외과를 다니는 직장 동료들이 늘었다. 바로 경추 디스크와 거북목의 통증 탓이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고개 숙여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허리 디스크 문제만큼이나 흔한 질환이다.잘못된 자세가 원인이지만 수면 또한 한몫을 한다. 일하는 시간 못지않게 긴 수면 시간 동안 자세가 좋지 않으면 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간다. 정상적인 목은 누워 있을 때는 목의 S자 곡선이 만들어져야 하고, 옆으로 누웠을 때는 일자로 편안한 목이 유지가 되어야 승모근과 거북목이 되지 않는다. 이미 거북목이 되었다고 해도 좋은 수면 자세는 자는 동안 목이 스트레칭되면서 많이 완화가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또는 완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중턱을 만들어 내는 높은 베개를 과감히 버리는 일이다. 수면 도구인 베개는 수면의 질과 직접적 관계가 깊을 뿐만 아니라 경추가 하중을 받게 되면 어깨 통증, 근육 긴장, 두통을 시작으로 심할 경우 뇌로 가는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목디스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낮은 베개도 좋지 않다는 것을 참고하자.
[출처] 청주 나비솔 한의원 이미지 참고
내게도 잘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관 하나가 있었다. 불을 끄고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보는 일이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핸드폰을 쥐고 일어난 아침은 항상 어딘가 개운치가 않았고 피곤이 풀리기는커녕 어깨가 묵직하니 두통이 생겼다. 수면은 생체 리듬에 의해 조절되는데 빛이 생기면 유기체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게다가 두 눈의 망막에 있는 특수 세포가 전자기기의 화면을 켜는 순간 왜곡이 발생한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망막에 무리한 일을 시키게 되는 것이다. 뿐인가 잠든 순간에도 간간이 울리는 휴대폰의 소리로 인해 신체는 무의식적으로 긴장 속에 놓이게 된다. 고질적인 나의 습관 때문에 아버지는 내가 피곤한 나머지 곯아떨어져 자는 날이면 조용히 들어와암막 커튼을 치거나 쥐고 있는 핸드폰을 먼발치의 책상 위로 옮겨 놓곤 하셨다.
이것이 바로 나의 침대에 전기선, 높은 베개, 핸드폰이 없는 이유다.
하루 24시간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을 위한 적정 수면 시간, 7~8시간을 지키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 한다. 수면이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고, 다음 날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는 일-몸과 마음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을 하며 3당 4락(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하던 수험생 시절
"얘야,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도 기억력도 모두 떨어지니 일찍 자거라"
입사 준비로 스트레스받던 대학 시절
"얘야, 잠이 부족하면 예민하고 우울해지니 어여 자거라"
직장인으로 자기 계발에, 회식으로 동분서주할 때
"얘야, 잠이 부족하면 면역도 떨어지고 부정맥이나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단다. 푹 자거라"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 같다고 툴툴거릴 때
"얘야, 잠이 부족하면 탄수화물 대사가 느려져 비만 확률이 높다고 하니 충분히 자거라"
여기서 더 나아가 아버지는 '숙면'을 강조했다. '잠'이란 것 하나를 잘 관리해도 '건강'의 80%는 지킨다고 생각하신 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의 약 20%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 중의 하나가 '수면 장애'다. 현대 의학에서 '수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집중도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뇌의 건강에도 역할을 하는 '수면'이 부족 시,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 우울증, 비만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이미 많은 연구결과에서 밝혀내고 있다.
지난달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동갑내기 친구 장례식에 다녀왔다.자면서 조용히 저 세상으로 갔다니 결국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술자리가 잦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것 외 지병은 없었다고 했다. 잠이 못 들 정도라면 가족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만큼의 답답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인데 외롭게 혼술을 했을 친구를 떠올리니 체기가 있는 듯 가슴이 묵직하다. 배려심 많은 동료이자 가족들에겐 더없이 자상한 이였는데...
'잘 가게 친구...'
늦은 시간 잠이 오지 않지만 암막 커튼을 치고 핸드폰을 먼발치 책상머리에 얹어 둔다. 가만히 누워 오늘 있었던 좋은 일들을 떠 올려 본다. 아버지의 낡은 일기장에도 쓰여 있지 않은가. 잠들기 전엔 좋은 생각을 하라고. 그러면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