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정실 Jan 23. 2019

$7.은행의 모든 안내문을 ‘수신거부’하고 싶은가요?

쉿! 퇴사 은행원이 알려주는 금융 꿀팁!

부자가 되려면 

부자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끔찍함을 견뎌야 한다.

It is the wretchedness of being rich 

that you have to live with rich people. 

- 로건 피어설 스미스 Logan Pearsall Smith 



은행에 

'안내문 금지' 신청을 했는데 

왜 우편물이 날아오는 것인가요?


이십 대 초반 남현동 지점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한 고객님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다짜고짜 객장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치며 나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직원 앞으로 다가왔다. 

“이봐. 도대체 이 은행은 고객 알기를 뭐로 아는 거야? 지점장 나오라고 해. 은행에서 실수해서 내가 이혼당하게 생겼어. 어떻게 책임질 거야?”


가끔 보면 주식 시장이 좋지 않아 펀드가 원금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 이렇게 흥분한 고객이 다짜고짜 소리치는 경우가 있었기에 나는 이번에도 그러한 이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고객님의 사연은 그렇지 않았다. 이 말리기도 힘든 막무가내 고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집을 분양받을 때, 남편이 아닌 자신의 명의로 받은 후 남편 몰래 집 담보대출을 받은 ‘남몰래’ 씨의 이야기다. 자신이 대출받았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숨기기 위해 나의 옆 직원에게 안내문을 보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일반 이벤트 안내 메일 등과 같은 모든 ‘발송물’에 대해 금지 신청을 했는데...

DM은 우편물로 고객에게 공지할 내용을 보내는 것이고, TM은 사람이 직접 해당 고객에게 전화로 안내하는 것이다. ‘수신 금지’를 신청하면 일반적인 내용에 대해서 고객 앞 안내가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남몰래’ 씨가 몰랐던 한 가지가 있다.


은행은 ‘고시 의무’를 가지고 있다. 

고객이 은행 앞으로 ‘수신 금지’ 요청을 한다고 해도 고객에게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 앞 의무적으로 알려야만 한다. 


예를 들면 ‘대출 연장’ 이라든가 ‘금리인상’ 또는 ‘연체 통지’라든가. 이를 어기면 해당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게 된다. 다시 바꾸어 말하면 고객이 대출 연장 시 불이익이 없도록 안내하고, 금리가 인상되면 지체 없이 고객에게 알리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를 안내하지 않으면 고객이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대출 연장 시기에 해외여행을 하고 있던 ‘남몰래’ 씨의 대출이 연장이 되지 않고 이자 연체가 들어가자 이자를 독촉하는 우편물이 발송되고 그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 문제로 크게 말다툼을 하게 된 모양이다. 


그런데 어찌하겠는가. 

은행은 ‘남몰래’ 씨 부부 문제에 어떠한 것도 해결해 줄 수 없으니 말이다. 결국, 남몰래 씨는 대출 연체 이자를 납부해야만 했다. 아무리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가정 경제에 있어서는 서로 상의 후 결정해야 신뢰에도 금이 가지 않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연이었다.


‘남몰래’ 씨!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 아닌가요?




이전 06화 $6.은행은  ‘주식회사’라는 것을  잊지 마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