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퇴사 은행원이 알려주는 금융 꿀팁!
돈을 두 배로 불리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돈을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The safest way to double your money
is to fold it over and put it in your pocket.
- 킨 허바드 Kin Hubbard
나보다 십여 년 먼저 정년 은퇴 한 62세 ‘한 고민’ 선배.
정년 퇴직금은 남부럽지 않게 받고 나갔으나 결혼을 앞둔 자녀로 인해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동갑내기 사모님은 주부생활 20년 차라 바깥일은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분이었다.
“이제 나도 소득절벽 신세가 되었네. 요즘은 퇴직자가 많아 그런가? 경비 일자리도 얻기 힘들다는데...”
“선배님,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요즘은 정부에서 추천해 주는 중장년 일자리도 많이 있대요.”
“아들 녀석도 출가시켜야 하는 데 집이라도 줄여가야 할까 봐.”
“선배님...”
수입은 이미 끊겨 버렸고 퇴직금 일부로 자식을 출가시켜야 하는 선배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자식이라곤 아들 하나뿐이니 퇴직금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도 털어서 결혼을 시키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퇴직금을 일부 써버리고 나면 남은 자금으로 100세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이란 말인가.
물론 요즘,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매년 80만 명이 쏟아져 나온다는 소득절벽 세대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중년을 위해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열어 준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인력을 충당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청년 실업률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데 말이다. 그래도 선배는 재테크를 잘 한 덕분에 서울 중심가는 아니지만, 대출 없는 시가 약 5억 정도의 알짜배기 집 한 채 마련해 두었다. 선배는 내게 추후 사정이 어려워지면 주택을 매매 후 시골로 내려가 매매 차액으로 생활비라도 쓴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대부분 가장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없으면 줄여가자.’
그런데 과연 이것만이 최선의 선택일까?
첫 단추부터가 잘 못 끼워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외국의 경우는 만 16세가 넘은 자녀에 대해서 부모가 경제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니 대학을 가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하고 등록금이 모자라면 때로 휴학을 하며 4년이 아닌 5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선배가 자녀를 잘 못 키웠다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자녀들이 그렇게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적인 시스템 또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외국의 대학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마련할 만한 취업 자리를 알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명 ‘주경야독’ 말이다.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지지도 않은 한국에 살면서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은 부모가 자신의 노후는 생각하지 않고 자식에게 전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자식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난 이해한다. 하지만 각설하고 현금으로 마련된 자산이 없는 현실에서 자녀에게는 최소한의 도움만 주기를 부탁한다. 당신의 자녀는 아직 젊고 유능하지 않은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젊고 유능하다고 믿어라. 덧붙여, 집을 줄여가기 시작하면 더 이상 ‘원상 복구’가 불가하다.
혹시 경험이 있는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집을 줄여가기 위해 이사를 가던 날, 다시 돌아오자 마음먹었지만, 다시 예전에 살던 그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경우를 말이다.
내 부모님의 경우 또한 동일한 경우였다.
내 나이 열세 살 때 아버지가 하던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그간 사들였던 집부터 팔기 시작하고 줄여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경제력을 잃어서 더 이상 늘려갈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열한 번을 이사 다녔지만, 부모님은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의 부모님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가장들의 모습은 매한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나의 선배 ‘한 고민’씨의 경우는 서울에 ‘노후연금’식으로 활용할만한 집이 있어 이 얼마나 다행인가. 잘 활용하면 ‘잘 마련해 둔 주택 하나, 열 자식 안 부럽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나는 선배에게 권했다. 바로 ‘주택연금’이다.
“한 선배, 주택연금을 활용해요. 평생 동안 선배 부부에게 거주 보장해 주죠. 연금 지급도 보장해 주죠.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요. 자식보다 낫죠. 게다가 세제 지원 혜택이 얼마나 많은 데요.”
“나보고 집을 담보로 살라고? 그렇게는 못 해. 이 집을 어떻게 장만했는데. 예로부터 집 팔아 잘 산다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어.”
“선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해요? 내가 안타까워 그래요. 이 방법은 선배 부부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고요. 선배는 노후가 편안해지지만, 자녀들에게는 짐이 되지 않아서 ‘1석 2조’라구요. 선배, 곧 받게 되는 국민연금과 함께 받으면 선배 부부 건강 지키면서 무리하게 돈벌이하지 않아도 편안히 살 수 있다고요.”
선배를 설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은행원인데도 납득시키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끈질기게 선배를 설득해 오던 터에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후배, 고마워. 와이프의 동의도 얻었고, 아들 눈치 보느라 조심스럽게 이야기 꺼냈는데 흔쾌히 자기 물려주지 말고 쓰라네. 결정하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말이야.”
“휴우, 다행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자세히 보따리를 풀어놓기로 했다.
당신을 포함하여.
주택연금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만 60세 이상이면 되는 데, 기준은 나이가 적은 사람으로 한다. ‘한 고민’ 씨의 경우는 부부가 동갑이니 1년만 기다리면 주택연금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럼 강남의 아파트처럼 수십억 하는 고가의 아파트도 가능한가? 아니다. 부부 기준으로 1 주택만 소유하고 그 주택의 시가가 9억 원을 넘지 않아야만 가능하다.
‘한 고민’ 씨의 동의로, 상담받기 위해 그의 주거래 은행으로 함께 갔다. 은행원은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주택연금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어요. 인출 한도를 정해 놓으시고 수시로 인출해서 쓸 수도 있고, 매월 정액으로 평생 동안 받으실 수 있는데 어떤 방식을 선호하세요?”
“아무래도 제가 수입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니 월 지급금을 평생 받고 싶어요.”
“네, 그럼 고객님 몇 가지 확인 후 도와 드리겠습니다. 대상이 되는지 확인을 해 봐야 하거든요.”
한참 동안 이야기가 오간 후 은행 문을 나서는 선배의 얼굴이 환하다. 열심히 모아 장만한 그의 집이 자식 노릇 톡톡히 하게 생겼다. 이제 눈 감을 때까지 눈치 안 보며 꼬박꼬박 월세 같은 연금을 받게 생겼으니 조물주가 부러우랴. 건물주가 부러우랴.
주택연금을 ‘늦둥이’처럼 생각해라.
가장 예쁜 자식이 늦둥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