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몸 담고 있는 직장은 여러분이 퇴사 후 벌이게 될 미래의 사업체보다 역사가 길 수밖에 없다. 규모에 상관없이 말이다. 따라서 배울 수 있는 요소들이 무궁무진하다. 물론 자신이 오늘 하고 있는 일이 머나먼 미래에 벌이게 될 새로운 일들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사업 아이템조차 확실하게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참고하고 배우고 나가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할 것이다.
유경험자로서 장담컨대 앞으로 어떤 분야의 사업을 하게 되더라도 과거 직장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뿐 아니라 유관부서와 협력업체가 하는 일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돈에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아야 한다. 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거부감이나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가령 업체 수수료는 얼마인지 직원들의 월급은 어떻게 산정되는지 그 외 원가, 손익, 월세 등을 흥미 있게 보는 것이 좋다. 금전에 관련된 정보는 간혹 기밀로 여겨질 만큼 예민한 이슈다. 혹여나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걸 자네가 알아서 뭐하게’라는 핀잔을 줄 수 있다. 굴하지 않고 합법적인 선 안에서 관심 가져야 한다. 훗날 개인 사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기록해야 한다. 분명 당신이 앞으로 벌이게 될 일에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회사가 돌아가는 큰 그림을 보고 그 프로세스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일단 기록해보자. 아무리 익숙한 일도 몇 년 후에는 본인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최선을 다 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Be ready to catch the ball when it is thrown by life.
『Steve Paul Jobs』
규모가 큰 회사의 장점은 일 잘하는 선후배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과 한 사무실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 배움의 장이다. 회사에서 실행하는 사소한 자료, 하다못해 엑셀 문서 포맷조차 배울 거리이다. 반면 대기업은 부장급으로 진급이 되기 전까지 다양한 일에 개입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회사에는 기획, 마케팅, 영업, 소싱 등의 부서가 있고 각자 맡은 업무가 있기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타 부서 사람들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반면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바로 실전에 투입되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퇴사 후, 나는 필라테스 센터에 인턴으로 취업을 했다. 비록 직급은 인턴이었지만, 일을 시작한 지 1달 채 안되었을 때 센터가 운영되는 방식을 금세 캐치할 수 있었다. 과거의 직장경험이 토대가 되었기에 빠른 파악이 가능했다.
회사에서 5년, 강사로서 3년 총 8년을 일하고 나의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대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서히 일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다양한 직장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겁이 많은 내 성격 상 개인 사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친구가 오픈한 이벤트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사업을 일찍 시작한 사업 선배였다. 그러나 그의 사업장에 가서 일을 도와주며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에 충격받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사업에 뛰어든 케이스였다. 피고용인으로서 한 번도 일해보지 않은 친구의 사업은 체계가 잡히지 않아 어수선해 보였다. 만약 그가 직장 경력을 최소 2년이라도 쌓고 사업을 시작했다면, 훨씬 더 체계를 갖추고 시행착오가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결과적으로 현재 친구의 사업은 성공가도를 향하고 있다. 다년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만의 생존 로직(logic)을 만들어서 결국 살아남았다. 결과적으로 직장생활이 사업을 위한 필수 과정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당신의 신분이 직장인이라면 분명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배움의 요소가 많다. 막상 조직 안에 있을 때에는 주어진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지금 이 글을 읽더라도 마음속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여러분이 하고 있는 업무, 그리고 유관부서가 하는 업무에 대해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기록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항상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
I am always ready to learn although I do not always like being taught.
『윈스턴 처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