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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Aug 07. 2021

알배기 백김치 담기


집 근처에 신장개업한 마트가 있다. 열흘이 멀다하고 우편함에 전단지가 꽂히는데, 요일별 세일이 빼곡하다.

날씨가 덥고 델타 변이가 겁나서 매번 삼 만원 이상 사면서 전화 찬스로 배달 받는다.

그런데, 오늘은 알배기 배추가 한 포기 천원이란다. 평시에 삼사 천원이 넘는 것이라 백김치 생각에 구미가 확 당긴다. 하지만, 이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직접 나갈수 밖에 없다.

옆에 사는 언니와 상의를 하니, 덥지만 양산쓰고 가서 직접 보고 배달시키자고 한다.

혼자는 귀찮아서 안나갈건데 둘이니까 의기투합하여 챙넓은 모자와 양산을 쓰고 전쟁터 나가듯 전진한다.


"하하하, 애들이 알면 뭐 얼마나 먹겠다고 이 더운데 사람많은 마트에 직접 나가냐고 퉁바리가 날아올터이니 비밀로 하자."고 비장한 도원결의를 하고 씩씩하게 마트에 입성한다.


"배달만 하시더니 오늘은 어떻게 나오셨어요?"

 "알배기는 물건이 좋은지 봐야 하니까요."

"알배기 두 박스 중에 골라 담으세요."하며 갓 들여 온 박스를 꺼내 준다.


배추가 최상급이다. 배추전 생각도 하면서 일곱 포기나 골랐다. 저걸 누가 다 먹을지는 나도 모른다. 어느 개그우먼이 "몸이 가난을 기억한다."더니, 저렴하고 상품이 좋다는 동기부여가 욕심을 불렀지 싶다.


알배기 백김치 담는 나름의 레시피를 나열해 본다.


1.  알배기를 4등분해서 천일염 두 컵 넣고 뉴슈가 반 스푼 넣은 물에 뿌리 부분을 아래로 세워서 두시간 절인다. 두시간 후 옆으로 눕혀서 차곡차곡 두 시간 더 절여준다.



2.  고추씨, 양파, 사과 한 개는 갈아서 면보에 담고, 홍고추는 채썰고 사과는 한 개는고명으로 쓰고 무도 골패 모양으로 썰어 놓는다. (고추씨는 홍고추 배를 갈라 씨를 뺀 걸 쓰면 된다.)

사과는 때가 때인지라 햇사과 아오리를 쓴다.



3.  고추씨, 양파, 마늘 생강 간것은 면보에 담는다. (마늘과 생강은 편을 썰어 비닐봉지에 넣고 방망이로 두들겨 넣어도 된다. (나는 냉동해둔 마늘을 썼다.)



4.   쪽파 길이 그대로 씻어 둔다.  자르지 않고 그대로 켜켜이 넣어 준다.



5.   육수 : 다시마 큰 것 한 장 넣고 물을 끓여 육수 만들어 식힌다. 뉴슈가 반스푼 넣어 준다.  멸치액젓 한   컵, 소주  반 병. 찹쌀 풀 한 컵.


6.  절여진 배추 잘 씻어서 물기 뺀 후, 김치통에 한 켜 담고 사과, 홍고추, 쪽파, 무 넣고 또 한 켜 이런 식으로 한 통 담고 육수 부어준다.



한 쪽 꺼내서 접시에 담아 본다.



이 백김치 덕분에 식사 시간이 기다려진다. 더위가 한결 가신다. 시원한 밥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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