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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Aug 22. 2021

선물이 주는 기쁨

(언박싱의 희열)


백신 2차 접종하고 보니, 1차때 보다 훨씬 피곤하고 몸살끼가 있다.

이튿날 아침 운동도 쉬었다. 하루 푹 쉬고 나서 단백질 섭취를 위하여 냉동실을 기웃거릴 때 "딩동"하고 택배가 도착했다.

문인 단체 후배가 백신 맞고 영양 보충하라고 완도 전복을 보내왔다. 모래시계를 뒤집듯 이리저리 생각을 뒤집어 봐도, 특별히 베푼 일도 없고 다정하지도 못한 무심한 선배였는데 놀랄 일이다.

이런, 이런  후배의 깊은 속이라니!

 그 속 깊기가 삼 천척 바닷속이요, 수 만리 구름속이다.



스티로폼 박스를 언박싱할 때의 설렘이라니!

 첫 소개팅의 두근거림과 맞먹는다.



내돈내산의 택배보다 누가 나를 위해 보낸 선물의 기쁨은 비교할 수 없다.

보내 준 그녀도 나만큼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 자기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 라는 탈무드가 남긴 명언도 있으니까.

그 후배의 예쁜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잊지 않아야겠다.


덧거리로 전복 닦는 솔과 자른 미역도 소량 넣어주는 판매자의 센스도 기쁨이다.



일단 옆에 사는 언니에게 좀 나누어 주고, 양재기에 옮겨 담아 솔로 박박 닦기 시작한다.


살아 있어서 내장 분리가 힘들어 살짝 냄비에 쪄서 손쉽게 분리한다.

내장은 죽끓이려고 따로 냉동실에 집어넣고, 버터구이 하려고 칼집을 넣는다. 고소한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허겁지겁 맛있게 집어 먹다가 포만감에 남은 것은 사진으로 남기고 결국 다음을 기약한다.



실제 먹은 포만감보다 나를 생각해서 보낸 그 정성에 대한 정신적 포만감이 휠씬 크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한 후배에게 선배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먼저 베푸지 못한 민망함이 밀려온다. 백신으로 인해 찌뿌둥했던 심신이 쾌청한 하늘위로 둥둥 떠다닌다. 역시 선물이란 희열은 마음까지 살찌게 한다.


내가 선물해 줄 지기가  하나 둘 달팽이 뿔처럼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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