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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an 08. 2023

단음절 답장에 대해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손자를 사랑하면 할아비 수염을 뽑는다는 등등, 뭐 예로부터 내려오는 지당한 말씀들이 많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동물에 해당하는 이치일 거다. 필자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 예쁜 손녀에게 무엇을 준 들 아까우랴. 그 해맑은 눈빛 생각만 해도 기쁘고 즐거운 존재다.   


  


과천 현대미술관에 열린 모네 피카소 특별전에 갔다가 피카소가 그린 얼굴 기법 여럿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서른 개 정도의 도자가 해설까지 예순 컷이다. 피카소가 그린 얼굴 기법이 이렇게 여러 유형일지 몰랐다. 올해 예술중학교에 합격한 손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카카오 톡으로 보냈다. 기체후 일향 만강은 언감생심, ‘할머니 사랑해요.’ 정도의  답은 오겠지 하는 기대감에 거실을 몇 바퀴 돌며 들뜨기 시작한다. “카톡” 하고 답이 왔다. “왕 멋지네요.” 엄지


  


신이 나서 특별전 전체 그림과 소감까지 쓴 브런치 글을 보냈다. 답은 빨간 ‘하트’ 하나.

왠지 살짝 추워져서 패딩 조끼를 걸치면서 손녀에게 톡은 자제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다짐은 뒷전이고 추암 해변에서 왜가리 물그림자가 너무 멋있어서 찍은 사진을 보내고 말았다. 이 사진 보고 너의 솜씨로 그려보라면서. 

“넹!!”하고 냉큼 답이 왔다.


아, 내가 바로 TMI(too much information)구나! 아차차! 실수했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 단음절의 "넹"이 어쩐지 썰렁하다. "감사합니다." 정도는 기대하기 어려운 걸까. 그 ”넹“ 하는 단음절의 정서가 조손간의 단절을 부추긴다. 벌써 을의 입장이 된 뒷방 늙은이의 자격지심일까. 


    


한 모임에서 단음절의 답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모두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 “어”하나 받고 “응”하나 받고 말았다고 한다. 주책 같은 할미 안 되려면, 주의해야 한단다. 

교육은 엄마 아빠가 하는 걸로 하고 할미는 그저 사랑만 듬뿍 주는 걸로. 


조만간 제어계측과에 다시 수강 신청해야 할 것 같다. 사랑 제어를 잘 계측해야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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