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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Mar 11. 2023

봄 처녀 제 오시네

대부도 해솔길에서 봄을 두드리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가 기지개를 켠다. 오늘은 안산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대부도가 목적지다. 대부도에 도착하여 오리 로스로 중식을 먹고 마트를 찾아 대구 매운탕 밀키트와 쌀과 사과를 샀다. 예약한 숙소에서 픽업하러 나온 승용차를 타고 펜션에 도착한다.

그런데 어쩔티비?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차비를 15,000원을 요구하네. 카카오를 불렀으면 5,000원 거린데. 분명 인터넷 광고에 2~4명 방값이라고 90,000원에 예약했는데, 네 명이면 40,000원을 더 내야 한단다. 간혹 그럴 경우 인당 10,000원씩 더 내는데, 두 배를 부른다. 뭐 좀 명쾌하지는 않지만, 기분 좋게 바람 쐬러 왔으니 바가지라고 생각 안 하고 팁 준 셈 치기로 한다.  스크루지 영감이 울고 갈 알뜰 여행 첫날부터 삐걱대지만, 나잇값으로 베푼다는 거대 담론으로 모양새를 갖춘다.

숙소 바로 앞에는 낚시터에 방갈로가 빼곡하다. 낚시를 즐기는 분이 참 많다는 것은 머리를 식히고 싶거나 멍때리고 싶어서인데, 좋은 힐링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물빛은 벌써 봄빛이다.



대부도는 시화방조제로 연결이 되어 육지가 되었지만, 아직도 섬이 가진 낭만과 서정이 남아 있다. 바닷물이 빠진 개펄을 끼고 짭짜름한 공기를 마시며  해안길을 걷는다. 어부도 쉬어 간다는 음력 이월인데, 조개를 캐는지 낙지를 잡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개펄에 듬성듬성 보인다. 벌써 저만치 성큼 다가선 봄을 느끼니, 춥다고 두툼한 패딩 코트 자락 펄럭이는 패션이 민망할 따름이다.

해안길에서 대부해솔길을 걸으려고 산자락으로 오른다. 푹신한 흙을 밟는 촉감이 평화롭다. 이 흙 밑에서는 초록 병정들이 숨 고르기를 하고 있겠지. 이마에 땀을 닦으며 숨 고르기는 내가 먼저 한다. 쿵쿵 두드려서 겨울잠을 깨워주고 싶다.



해솔길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곳곳에 비치해 둔 벤치에 앉아 준비해 간 사과 한 알씩 먹으며 다리 쉼을 한다. 내려다본 바다의 운치가 시원하고 멋지다. 날씨가 흐려서 사진 찍을 기분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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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봉도 낙조 전망대로 데크를 따라 내려 간다. 흐린 날씨로 낙조는 언감생심, 전망대나 보자는 심산이다. 어떤 데이트족이 삼각대를 놓고 추억쌓기를 한다. 여성의 옷차림이 화려하여 부부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니, 쓸데없이 화려하면 괜한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전망대에서 되짚어 오르는 데크 계단에서 같은 보폭이다가 뒤처지고 만다. 들숨과 날숨 틈으로 아름드리 소나무와 눈맞춤하는데, 숨이 찬다. 명색이 아우 처지에 체면이 안 선다. 옳거니! 궁여지책으로 하루 만 보는 꼭꼭 걸으리라는 다짐을 해 둔다. 저 흙길위에서 바닷바람을 오래 마시고 싶다. 저 숲길을 더 오래 걷고 싶다. 그러나 낙오된 일행곁으로 가려면 전진할 수 밖에 없다.

돌아나오는 길에 할매할배 바위를 접한다. 관광지에는 이름짓기도 한몫한다. 별로 할매 할배같지 않지만, 뭐 큰 전설이라도 있는 듯 과장된 감이 있다.



멀리서 고기잡이 배가 씽씽 달리는 풍경이 보인다. 벌써 물이 끝까지 차 올라 개펄이 다 잠겨버렸다.


걷는 길목마다 둘레길 리본이 펄럭이니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어느 여행지나 지방자치제가 되고 나니 훨씬 친절해졌음을 느낀다. 우리는 종현 어촌 체험 마을에 도착한다. 장화가 질서있게 거꾸로 매달려 있고 개펄에 실어다 줄 경운기도 즐비하게 졸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앞도 뒤도 안 보이니 차량 운행도 걱정되겠다. 우리는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 느지막하게 출발하려고 한다. 시화방조제 부근에서 작은 섬에 들어가 한 바퀴 돌고 시화 나래 달 전망대를 가 볼 계획인데, 이동중에도 안개가 걷히지 않아 포기하고 만다.


 어제 해안 도로에서 개미허리 아치교를 바라다봤다. 양쪽 산허리를 이은 교량이 마치 개미 허리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냥 돌아오기는 억울하다. 지근거리에 있는 안산에서 'ㄱㅇ금속'이라는 사업체를 경영하는 고향 옆집 오라버니 회사에 견학하기로 합의를 본다. 그 회장님은 우리 일행 중 한 분의 친오라버니이기도 하다. 필자와는 항렬로 따지면 조항이라 할배뻘이다. 지금은 지칭과 호칭 모두 할배로 통한다.

"우리 부자 할배에게 가서 맛난 점심 얻어 먹자" 사업이 번창하기로 소문이 난 관계로 현장에 가 보고싶었다. 마침 '만해가든'이란 식당에서 식사 중이라 택시 타고 오라니, 일행은 기분 좋아서 달뜨기 시작한다. 택시는 만해로에서 좌회전하여 안쪽으로 쑥 들어가서 안전하게 안내해 준다. 만해로는 아마 만해 한용운 선생과 관계있는 길인것 같다.



삼계탕을 맛있게 대접받고 회장님의 따님인 사장님이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왔다. 1,500평 규모의 부지에 기계 소리가 요란하고 대형트럭에 계속 물건을 부리고 모두 기계화되어서 장비로 물건을 싣고 나른다.  새마을 운동이 벌어진 현장 같은 분위기다. 고향에서 담 하나 사이에 살던 옆집 오빠가 맞나 싶게 엄청나게 성공한 모습을 보니  존경스럽다. 회사 한쪽에는 외국인 근로자 숙소도 있다고 하니 직원 복지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선한 기업이다.  사업체를 다 돌아보고 입이 떡 벌어져 다물지 못한 채로 회장실에서 차 대접을 받고 담소하다가 우리는 기사님의 극진한 배웅을 받으며 돌아왔다.

더욱 번창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빌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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