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감사 장면을 시청하다가 울화통 터져서 TV를 꺼 버렸다. 무슨 죄인을 다루는 자리도 아닌데, 호통을 치며 “똑바로 앉아라.” 하는 국회의원의 몰상식이 어이가 없어서다. 자기 당에 유리할 때는 형이니 아우니, 정의의 검사니 하며 영혼 없는 아부를 떨던 인간 아닌가. 이제 입장이 바뀌니 팩트를 말하지 못하고, 호통으로 자기의 우위를 확인하고자 한다. 비열하기 짝이 없다. 변신, 변언의 귀재인가? 연기자 뺨치는 연기력이다.
애송이 공격수가 드리블도 제대로 못하고 버벅대다가 공 뺏기니, 반칙이라고 우긴다.
연수원 동기로서 과거에 그렇게 싸고돌던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의리까지는 아니라도 예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구이언(一口二言)은 이부지자(二父之子)라 했거늘.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아비가 둘이라는
뜻이니 얼마나 위험한 말인가.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깡패 기질이 있어야 국민에게 어필되는가?
부부싸움 하다가 말로는 못 당하니 소리부터 지르는 못난 남정네 같다.
라임으로 당한 피해 국민의 눈물은 안중에도 없고 당파 싸움에 여념이 없다.
그야말로 정치로 검찰을 덮으려 한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을 붉힐 줄 아는 동물이다.”라고 했는데, 좀처럼 얼굴 붉힐 줄 모르는 의원들이 내편 네 편 갈라서 떠들고 있다.
선택적 정의? 잣대가 본인과 당리당략의 기준이니, 조선조의 당파싸움이나 뭐가 다른가.
실망해서 화병 생길 것 같아 산책하러 나섰다.
오늘 국정 감사에선 검찰총장의 완승이다.
서초동 검찰청 담벼락에 화환이 300개나 섰다는데,
나도 화환을 보내서 응원하고 싶다.
낙엽이 뒹굴어서 완전 가을이다. 부질없는 세상, 참 불쌍한 인간들도 많다.
산책하다 가을을 몇 점 주워서 책갈피에 꽂는다.
오늘은 한낱 갑남을녀인 내가 단풍 몇 잎에 행복해하니, 무턱대고 호통만 치고 보는 저 얄팍한 국회의원보다는 더 우위에 있다는 긍지를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