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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거지탕

by 소봉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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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시청하다가 진주 거지탕을 알게 되었다.

냄비에 여러가지 전과 생선을 넣어서 끓인 찌개를 일컫는다.

예전 거지들은 부잣집 제삿날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제삿날 가서 제사 음식을 얻어오면 모두 한 냄비에 집어 넣고 끓여 먹은 것이 맛있어서 오늘 날 식당에서 그 메뉴대로 해서 판다는 거다.

육전, 생선전, 두부전 등 각종 전과 조기나 서대 등 생선을 넣고 끓이니 풍성한 맛이 우러났을 것이다.

거기다 청양고추 숭숭 썰어 넣어주면 얼큰하여 느끼한 맛을 잡아 준다.

맨 위에 시커먼 부추전은 바삭하게 말려서 위에다 얹어주는데, 국물을 텁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전을 말려서 쓴다고 한다. 상상해보니, 전 겉의 기름이 녹아 나와 고소할 것 같고 그 맛이 느껴진다.

우리도 명절 지나면 각종 전을 넣고 부대찌개 해 먹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궁중요리에 비할라치면 신선로에 해당한다.


우리 조상들께서 제사 문화를 만든 이유 중 어려운 이웃을 돌보라는 뜻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좋은 뜻이 문화가 바뀜에 따라 워킹맘들에겐 가사 노동이 큰 부담이 되는지라, 제사 문화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제수를 너무 많이 준비하지 않고 주과포 정도로 하는 것이 알맞다고 생각한다. 심히 부담이 가면 아예 제사를 무시할 수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간편하게 하도록 면죄부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언제 진주 갈 기회가 있으면, 이 거지탕 집을 찾아서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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