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걷지 않고 쉬는 날이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참가 댓글이 달리지 않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아쉽지만 좋은 날이다.
아침 8시 전후로 마감한다고 해놓고
그새 누가 붙을세라 7시 조금 안 되어
공지를 다른 날로 변경해 놓았다.
브런치를 하기 전에는 동네 한 바퀴라도 걷거나 나갈 핑계를 만들어 바깥바람을 쐬었는데
이제는 브런치에 올릴 글 쓰는 재미에
안 나가는 시간도 반갑다.
길벗들은 매일 길잡이가 어떤 때는 싫지 않으냐, 지치지 않느냐고 묻는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보수 없는 직장에 출근하듯 한다.
생각해 보면 충분한 보수를 받고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서 아프던 허리와 무릎도 아프지 않고, 간헐식이나 하루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으면서
독소가 빠져나가는지 소화도 잘 되고, 그전에는 매일 안갯속 같던 머리도 개운해졌다.
게다가 체형이 바뀌니 입고 싶은 옷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 살 빼면 입으려고 사놓았던 옷도
비로소 입을 수 있고 오히려 큰딸이 살쪄서
못 입는다고 준, 젊은 감각의 세련된 옷도 입고 다닌다. 예쁘게 잘 어울린다고 하는 옷들 대부분이 큰딸이 입으라고 준 것이라 어깨가 으쓱하다.
아침에 뜨끈하게 생강꿀차를 타먹고
점심은 녹차 1잔에 파프리카 1개, 삶은 달걀 2개, 사과 1개를 먹었다.
걸으러 나가면 매식으로 밥을 먹는데 집에서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나가지 않고 글을 쓰다 보면 두어 시간은 앉아 있는다. 엉덩이가 배기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다가 주방으로 나간다. 식탁에 바나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집어 들었다.
막내가 먹다 남긴 모카빵이 눈에 띈다.
그것도 집어 든다.
이를 닦고 느지막이 샤워를 하는데 얼마 전에
한 길벗이 던진 말이 떠오른다.
매일 걷고 한두 끼 먹는데 배가 나왔다고
내뱉은 길벗, 그러는 네 배 좀 보자고 할걸......
그 이후부터 신경을 좀 썼나 배가 들어갔다. 도톰하게 나왔던 배가 판판해졌다.
그런데 또 오늘처럼 먹다가는 다시 나오게 생겼다.
잘 익은 바나나와 모카빵은 참 부드럽고도 달다.
걷지 않고 브런치 글을 서너 편 쓰는 날은
달콤한 행복과 함께 배가 부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