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숙면의 밤

by Anima

엄마, 40평대가 왜 이렇게 좁아 보여?


아마 짐이 많아서 그럴 거야.

오래된 아파트라 구조가 그렇기도 하고.


전에 살던 집에 비해 거의 2배가 넓어졌는데 좁아 보인다.

전에 살던 집은 소형평수를 분양받은 것이었다.

부모님이 사시는 동네 빌라 2층에 세 들어 살다가 막내가 2살 때 분양을 받아 이사를 왔다.

사실을 말하자면 미분양으로 당첨이 되었다.

같은 평수에 세 동이 있었는데 한 동의 전용면적이 조금 적었는지 200만 원이 저렴했다.

35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라는 조건에 11세대 중 9세대가 신청을 했고 내가 그중 하나를 분양받은 것이다.


이제 장과는 헤어지고 나는 진정한 세대주가 되어 애들 셋과 소형평형에서 대형평형으로 옮겼다.

방이 네 개, 화장실이 두 개인 아파트로 이사한 후 집 넓다고 방심한 사이에 물건이 자꾸 늘어났다.

2년이 지나니 언젠가 쓰겠지 하고 쌓아둔 물건들이 창고에 가득 차고 베란다까지 침범하였다.

나 혼자는 도저히 치울 엄두가 안 나서 정리 전문가를 불렀다.

이왕 치우는 거 애들 방을 포함해서 모든 공간을 싹 정리해 달라고 했다.

서너 명이 오는가 했더니 열 명이 와서 쓸데없는 것은 다 버리고 반나절 만에 정리하고 갔다.

나중에 그걸 왜 버렸을까 후회도 했지만 다른 집이 된 것처럼 말끔해지니 속이 후련했다.

정리할 때 버릴 것만 말해 줬는데도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했더니 무척 피곤했다.

윤아는 3일 전에 비행 나가서 내일 새벽에 온다고 했다.

모두 각자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결에 소란스러워서 일어났더니 애들이 다 깨어있고 윤아가 화가 나서 아우성이었다.


아니, 문에 걸쇠는 왜 또 걸었어?

그리고 무슨 잠들을 그렇게 자?

내가 몇 번이나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는데 한 명도 안 일어나?

10분 두드리다 경비아저씨 부르고 난리를 쳐도 안 일어나고 핸드폰 해도 다 안 받아서 무슨 일 난 줄 알았잖아.

경찰에 연락하려다 말았어.

그랬구나, 미안하다.

다들 깊이 잠들었나 보다.

그럼 누가 열어줬어?

내가 화장실 가려다 보니 언니가 문틈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고.


잠귀가 밝다고 자신하던 나였는데 그날은 꽤 피곤해서 곯아떨어졌나 보다.

새벽에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윤아에게 백배사죄했다.

이때 남편이 없다는 것이 실감 난다.

장과 같이 살 때는 걸쇠를 걸고 잔 기억이 없다.

자주 늦게 들어와서 그렇기도 했고 누군가 침범한다는 불안감이 없었다.

이제 한 남자가 빠져나가고 나니 불안해서 혼자 있을 때나 밤에 잘 때는 걸쇠를 꼭 걸어놓는다.

아이들도 번호로 열다가 걸쇠가 철컹하고 걸리면 걸쇠 좀 걸지 말라고 타박인데 고쳐지지 않는다.

집을 정리하느라 피곤해서 그랬을까?

남들이 다 했는데......

걸쇠 걸어서 안심하고 숙면을 했을까?

매일 걸었는데......

스트레스 덩어리였던 남편 없는 집이 편해서 잠이 잘 오나 보다.

애들도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편하게 잠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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