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 봐줄게

by Anima

엄마는 우리와 같이 살고 싶어 하셨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니야.


이제 여기가 엄마 집이야. 언니가 잘 모시잖아요.


아니야, 나 너네랑 살 거야.


그럼 조금만 기다려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모시고 갈게요.


그렇게 엄마를 달래며 2년이 지났다.

집은 넓혔지만 이미 언니네서 자리 잡고 요양사의 도움을 받아 지내시는 엄마를 다시 내가 모셔 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직 재직 중이라는 핑계를 대는 못된 딸이다.

내가 언니와 하는 말을 듣고 엄마가 물었다.


이사 갔어?


아, 얼마 전에……


난 너네 집에 언제 가?


우리 집은 다 나가고 엄마만 혼자 있어서 안 돼요.


내가 집 봐줄게.


엄마의 몸은 불편하고 치매 증상이 있지만 귀는 밝다.

집을 봐주겠다는 엄마는 얼마나 우리와 살고 싶으시면 저런 말을 하실까 마음이 아프다.

우리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큰애와 살고 싶어 하신다.

어렸을 때부터 당신 손길에서 자란 윤아를 좋아하신다.

살면서 부딪친 일도 많아서 몇 번이나 내가 데리고 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못 놓으시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윤아에게 더 의지하셨다.

때로는 속도 썩였지만 애교가 많아 외로운 할머니 마음을 달래 주던 윤아가 힘이 되었다.


말투는 많이 어눌해졌다.

이름을 물어보면 잠시 생각하다가 분명하지 않은 발음으로 이름을 댄다.

손을 잡으면 화색이 돌고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가끔 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 계속 물으면 소리를 꽥 지른다.

그 소리에 우리가 웃으면 덩달아 웃는다.


나를 볼 때마다 하는 엄마의 첫마디는 먹을 것 달라는 말이다.

세끼를 드리고 중간에 간식을 드려도 누가 오면 뭐든지 달라고 한다.

바나나를 잘게 잘라 드리니 오물오물 잘 드신다.

변을 잘 못 보니 많은 양을 드리지 말라는 언니와 간병인의 말도 있지만 달라는 것을 안 줄 수도 없다.

차라리 많이 드리면 배변을 쉽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답답한지 자주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부드럽지만 차가운 엄마의 손을 잡으니'밥 줘.'라고 뚜렷하게 말씀하신다. 두 시간 전에 점심을 드셨다는데……

우리가 직장을 다닐 때도 음식을 준비해 주셨는데 이제 누워서 누가 먹여 주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언니와 거실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엄마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뭘 또 달라고 한다. 머리맡에 놓인 조그만 과자를 주니 소리 내어 잘 씹는다.

그 소리에 아직도 건강한 엄마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측은하기도 하다.

얼마나 먹고 싶은 것이 많을까.


이제 엄마는 윤아를 찾는 대신 여전히 먹을 것을 찾는다.

몇 번이나 내가 와서 좋다고 어눌하게 말씀하신다.

이제 이사를 갔는지 묻지도 않고 같이 산다는 말도 잊고 코를 골며 주무신다.

방 네 개가 있어도 엄마를 모실 곳이 없는 우리 집에는 더 이상 간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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