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에서 자꾸 문자와 메일, 쪽지가 온다.
좋은 여행지가 있으니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주말이나 명절 연휴에 가던 버스 여행을 안 간 지가 오래되었다.
몇 번 가보니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는 것도 번거롭고 서너 시간 앉아 가야 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서울과 근교에도 걸을 곳, 볼 것이 많은데 굳이 멀리 가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여행사에서 올린 내용을 카페에 공지를 해서 같이 가기도 했지만 나와 같은 이유로 참여도가 낮았다.
한 번은 길벗들과 맛집 탐방을 겸한 여행을 신청했더니 그 대표가 전날에 취소를 해버렸다.
최소 출발 인원이 6명이었는데 5명이라서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취소를 한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신뢰도가 떨어져서 이미 신청한 다른 여행 경비도 손해 보면서 끊어버렸다.
신생 여행사라 규모가 작아서 갈 때마다 참가 인원의 반은 내가 데리고 갔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길벗들은 비행기 타고 제주 가서 걷자고도 한다.
미국 시민인 작은언니가 제주살이 3년째라는 말을 했더니 잘 됐다고, 언니가 있는데 왜 안 가느냐고 부추긴다.
내 대답은 안 간다, 못 간다로 정해져 있다.
비행기를 못 타는 불안증이 있다.
미국살이 30년이 넘은, 미시간에 사는 남동생과 시애틀에 사는 언니네 간 적이 없다.
비행기를 타기 싫어서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전혀 타 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왕복 6번은 탄 것 같다.
제주도 5번에 대만 여행 1번이다.
불안증이 심하지 않았을 때 우리 애들 데리고, 학생들 수학여행 인솔자로 제주를 간 적이 있다.
2년 전에는 한라산 등반을 위해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다.
1시간이 채 못 되는 비행시간 동안 후들후들 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 타고 싶지 않다.
대만 여행은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학교에 근무할 때 교사 연수를 겸해서 가야 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다녀왔다.
길벗들이 해외여행을 한 얘기를 하면서 올해도 여기 간다, 저기 간다 하면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그 많은 짐을 싸고 또 풀어야겠구나, 그 긴 시간 동안 좁은 비행기에서 어찌 견디나....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큰딸이 항공 승무원이라 무료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도 탄 적이 없다.
딸이 일하는 비행기를 타고 딸이 해주는 서비스를 받는 상상도 해봤지만 그뿐이다.
남들이 보면 이해가 안 가고 한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길벗들은 말한다.
교통사고 당할 확률보다 낮은데 왜 그러느냐, 만약 사고 나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고 호기롭게 말한다.
비행 사고로 죽기 전에 불안에 떨다가 기절할 것 같다.
비행 끝에 낙원이 있을지라도 타고 싶지 않다.
영상으로 보고 사진으로 봐도 충분한 것을 몸고생, 마음고생하며 가고 싶지 않다.
누구는 같이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타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슬프게도 이제까지 같이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 몸과 같은 자식들하고 갈 수는 없지 않겠나.
비행기 안 타고도 갈 데는 많다.
두 다리만 튼튼하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누군가 타고 있겠구나, 여행을 가니 들떠 있겠구나, 불안감은 좀 있겠지, 기장과 승무원은 고생이 많겠구나.....
나는 전혀 부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