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주리는 우는 엄마를 바라보다 울먹거리는 주성을 안고 토닥이며 재웠다. 자정이 넘었는데 장 자성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늦게 들어온 것이 연속 삼일 째다. 장 자성은 이제 늦는다는 연락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온다. 무엇 때문에 늦었는지, 누구를 만나고 늦었는지 말해 준 적도 없다. 꼬치꼬치 캐물을 수가 없어 주말만이라도 같이 보내자고 해도 약속 있다고 훌쩍 나가버린다. 봉 주리가 처음 메일을 봤을 때는 친구라 해서 넘어갔는데 계속 두 사람의 실체가 드러나니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다. 매일 늦는 장 자성을 원망하며 또 한바탕 눈물을 쏟고 있는데 그가 들어왔다.
도대체 맨날 왜 울어?
왜 우느냐고? 내가 왜 우는지 몰라서 그래?
말을 해야 할 것 아니야.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알아?
진짜 모를 리가 없다. 나쁜 자식...... 상희라는 여자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주말마다 집이 답답하다고 나갈 핑계를 만든 것도 다 그 여자 때문이었다.
봉 주리는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일어나 주성을 친정에 데려다 놓고 출근을 했다. 늘 그랬듯이 장 자성은 잠만 잘 자고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 자동차 영업을 하든지, 여자를 작업하든지 할 것이다. 장자성은 그 여자만 응하면 가정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 그 여자는 장 자성에게 빠져 있긴 하지만 가정을 버리는 일은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봉 주리는 장 자성에게 그 여자를 만나는 이유든지 변명이든지 듣고 싶었다.
퇴근 후 친정에서 주성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안방에는 또 통화를 하다가 급하게 나간 듯 전화기가 침대에 뒹굴고 있다. 재다이얼을 눌렀다. 여자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손 상희 씨인가요?
그런데요, 누구세요?
나 장 자성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이 사랑한다면서요?
...... 그냥 친구예요.
그냥 친구가 그런 메일을 주고받고 만나나요? 가정도 있는 유부녀라면서요.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아나요? 댁의 남편도 이 사실을 아느냐고요?
그냥 친구사이에 몇 번 메일하고 만난 것뿐이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이제 끊을게요.
끊긴 왜 끊어요. 그 교양 있는 목소리로 할 말은 해야지요. 뭐 남편이 만질 때도 생각난다고? 아주 갈 데까지 갔구나!
그 밥에 그 나물이군요
뭐? 그 밥에 그 나물? 이게 어디에다 비유를 해?
봉 주리가 그 여자의 잔잔한 목소리에 반발하며 교양 따위는 집어던졌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다시 재다이얼을 눌렀지만 그 여자는 받지 않았다. 예상치 않은 전화에 놀란 여자는 장 자성에게 바로 연락한 모양이다. 다음 날 이제는 아예 열어 놓고 다니는 메일에서 후속 편이 발견됐다.
제목 : 상희야, 너무 걱정 마
너무 걱정 마. 어차피 언젠가 알아야 하잖아. 오늘 사실 네 말 듣고 내가 더 놀랐다.
이일로 우리 전화하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자고? 그거밖에 안 되는 거니, 너!
알아, 네 마음을,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어찌 됐든 나 화났다.
이런 것들이 어쩔 수 없는 과정이잖아. 네가 무척 보고 싶다! 안녕.
봉 주리가 둘 사이를 알아버렸는데도 장 자성은 흔들림 없이 그 여자를 만나겠다는 것이다. 봉 주리가 대단한 남자를 만난 것은 틀림없다. 이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장 자성과 어떤 결론이든 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