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엽편3 18화

인사이동

by 빈자루

작년에 회사에서 했던 일들 중에 가장 의미있던 일의 하나는 더블 스왓 모델이라는 사업실패요인 분석 모델을 만든 것이었다.


회사 일이야, 뭐 난 그닥. 시키는대로 하지도 않고


티나게 일을 하지도 않고 새로운 걸 하는 것도 겁을 내고 그런다. 그래도


정말 가끔 기발하다 싶은 생각을 해서 그걸 끝까지 밀고 나가는데,


작년엔 그게 더블 스왓 모델이었다.



더블 스왓 모델이라는 거.


사실, 어느 위원님이 말한 '내 사업의 운명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아이디어에서 가져왔었다.


위원님 말인 즉슨,


사람의 오행을 사주로 풀어 사람의 운명을 맞추듯,


사람의 사업도 오행에 맞추어 사업의 운명을 맞추는 게 가능하지 않겠냐고 지나가는 말로 말씀하셨었다.


위원님은 말씀만 하셨지만 나는 바로 시행했다.


우선 사업의 사주를 무엇으로 볼 것이냐.


경영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분석 틀인 S, W, O, T 네 개 요인을 각각의 기둥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S W O T 의 방향을 바꿔서


강화하지 못한 강점을 S로


보완하지 못한 약점을 W로


살리지 못한 기회를 O로


대응하지 못한 위협을 T로 해서


폐업하는 사업자분들의 데이터를 모으기로 했다.


그렇게 천여개 업체 각각에 대한 역 SWOT 데이터를 모았고


이 데이터를 사주 지지로 삼았다.


사주 지지가 생겼으니


천간을 모으면 되는데,


천간은 창업자들의 개별 SWOT 자료로 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과거 폐업자들의 데이터를 보니


까페 업종이면서 종로구에서 사업을 하는데,


본인이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폐업을 했다고 응답하신 분들이 1000명 중 100명이라고 치자.


새로 종로구에 까페를 창업하겠다고 오신 분이


창업 상담을 하며


본인의 강점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전문성에 있다고 응답하셨다.


그럼 상담사는 그분에게


과거 데이터를 종합해봤을 때 10%의 확률로 대표님과 같은 강점을 가졌다고 하신 분들이 폐업을 하셨습니다.


그 분들 중 00%는 입지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했고


00%는 자금 조달에 취약했습니다.


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창업 컨설팅을 할 수 있다.




1000개의 데이터를 모아 제미나이를 이용해 주위 동료들의 가상 창업 컨설팅을 해본 결과,


그 사람이 가진 SWOT 구조로 어느 구에서 무슨 사업을 하면 폐업할 확률이 00%,


무슨무슨 약점을 보완하면 성공할 확률이 00%,


00구가 아닌 00구에서 사업을 하면 폐업하지 않을 확률이 00%.


이런 식으로 데이터가 뽑히는 것을 검증할 수 있었다.




올해 4000개의 추가 데이터를 모아


작년에 도모했던 기획을 마칠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는데.


갑자기 발령이 나버렸다.


다 쓸모없지 뭐.


나는 이제 일 안할란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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