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_ 개여울 건너듯이

by 빈자루

출렁.


항아리에 찬 물이 앞으로 쏠리었다.


몸이 김창수를 향해 밀리었다.


칼이.


김창수의 머리 위로.


긴 포물선을 그렸다.






칼이.


떨어진다.


칼 끝이.


길게 아래로


떨어진다.



*

"형님. 제 칼은 형님의 것과 같지 않아요."

장수가 시무룩히 조평에게 말했다.

조평이 말했다.

"무엇이 세상에 같겠느냐. 너는 너의 칼을. 나는 나의 칼을 쓰는 게지."

조평이 칼을 휘둘렀다.

살구꽃이.

바람에 일렁였다.



*

"피해!"

김창수가 발을 디뎌 내리치는 칼을 아래로 흘렸다.

칼이 김창수의 머리자락을 훑어 내렸다.

칼이 허공을 갈랐다.

"피해!"

오팀장이 다시 외쳤다.

나는 빠르게 김창수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김창수가 칼자루로 나를 받았다. 김창수가 발을 빼며 나의 허리를 감아다. 나는 그의 칼이 허리를 감지 못하도록 칼등으로 그의 칼을 받았다. 그가 빠르게 뒤로 빠졌다. 나는 빠르게 그에게 돌진하였다.


"제법이구나."

김창수가 말했다.

그의 칼이 나의 멱을 겨누고 있었다. 나의 칼 역시 그의 멱을 겨누었다. 칼과 칼의 끝이 멱을 겨누고 있었다. 들어갈 수도. 밀려날 수도 없었다. 손에 땀이 찼다.


"물러서지마라!"

양명 형님의 외침이 귀에 들렸다. 나는 호흡을 내리며 김창수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이 나를 보고 있는 듯. 보고 있지 않은 듯도 하였다. 나의 눈 역시 그를 보고 있는 듯. 보고 있지 않은 듯도 하였다. 그와 나의 눈은 평온하였다.


_ 개여울 건너듯이.


발과 팔이 점차 굳어갔다. 굳어지는 순간 상대가 나를 끌어들일 것. 끌려가는 순간 나의 목숨은 상대의 것이 된다. 끌려가서는 안되었다. 물러나서도 안되었다. 물러나는 순간 나의 목은 떨어질 것이었다.


_ 개여울을 건널 때에는 몸도 마음도 가볍지.

나를 버리고 가는 님아.

물 아래 낙엽 한장 띄웁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 앉습니다.


새끼 손과 새끼 손이 칼의 자루를 밀었다. 새끼 손과 새끼 손의 밀림으로 칼은 무게를 잃었다. 나와 칼은 가벼웠다.


_ 개여울 건널 때에는 몸도 마음도 가볍지.

나를 버리고 가는 님아.

개여울 건너실 때 사뿐히 건너소서.

졸졸이 물이 흐르면 당신 소식인 줄 하마 알겠소.


발이 굳는다. 엄지를 움직인다. 개여울 건너듯이 물을 건넌다.


김창수가 움찔하였다. 나는 발을 움직였다.


김창수가 발을 뒤로 빼었다.


_ 나를 쳐.


김창수가 발을 빼었다.


_ 쳐.


김창수가 밀린다.


_ 쳐.


_ 쳐.


_ 쳐.


나는 나를 밀었다.


칼이 칼의 위를 탄다.


나와 나의 칼이.


크게. 날아간다.






https://youtu.be/IbBfOZS-c-g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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