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합.
나는 몸을 들이밀 수 없었다. 눈을 감은 그와 나 사이의 공간이 밀밀하였다. 나는 몸을 들이밀 수 없었다. 나의 눈은 그를 보지 못하였다. 그의 눈은 나의 뒤를 보고 있었다.
*
"무얼 그렇게 보아?"
명월이 물었다.
무림촌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명월이 무릎을 끌어안으며 곁에 앉았다.
"응. 항아리. 항아리에 비 내리는 것을 보아."
내가 말했다.
명월이 항아리를 보았다.
항아리가 비를 담고 있었다.
비가 내렸다.
"장수는 왜 강해지고 싶어?"
명월이 물었다.
"글쎄... 그냥 강해지고 싶어서?"
내가 웃었다.
"그러니까, 왜 강해지고 싶냐고?"
명월이 웃었다.
명월의 긴 머리카락이 이마를 따라 흘렀다.
내가 웃었다.
"... 사실..."
나는 명월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잘 몰라."
단지 명월이 아름답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으이구, 바보. 그런데도 칼이 좋은 거야?"
"응 난 그냥 칼이 좋은가봐."
"장수 칼은 아름답구나."
나는 나의 칼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는 나의 칼의 모양을 생각하였다.
나는 나의 칼의 모양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비가 항아리를 적시고 있었다.
비가 항아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
"몸의 힘을 빼!"
누군가가 외치었다.
"몸의 힘을 빼란 말이다. 이 멍청한 놈. 아직 그것을 모르느냐!"
양명 형님이었다.
양명 형님이 군중들의 속에서 나를 향해 고함치고 있었다.
"몸의 힘을 빼라! 너의 몸은 항아리이다."
형님이 외치셨다. 나는 항아리를 생각하였다.
출렁.
항아리에 찬 물이 앞으로 쏠리었다.
몸이 김창수를 향해 밀리었다.
칼이.
김창수의 머리 위로.
긴 포물선을 그렸다.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