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_ 뒤

by 빈자루

"와라. 이장수."


나는 늑태도를 감아쥐었다. 칼이.

나와 함께 떨고 있었다.






*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살리는 칼을 쓰거라."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칼에는 감정이 없다.

산 것을 앗는 것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나는 칼을 휘두른다.

이토록 무가치하게.

이토록

무감각하게.



*

떨림을 제어하려 나는 칼을 감았다. 아귀에 땀이 맺혔다. 늑태도의 밑이 꺼끌하였다.

"와라."

중단을 내리고 김창수가 말하였다.

나는 빙글 그의 주위를 돌았다.


한 합.


들어가려던 찰나 나는 멈추었다.

상상 속에서 내 손목은 이미 잘리었다.

나는 원을 크게 돌았다.


한 합.


나는 다시 멈추었다.

그의 칼 끝이 내 목을 꿰뚫었다.

나는 다시 원을 크게 돌았다.


후_


호흡이 올라와 내릴 수가 없었다.

몸이 경직되었다.

칼을 내린 채 그가 고요히 잠겨있었다. 나는 칼을 밀 수 없었다.


후_

호흡하며 그의 주위를 돌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볼 수 없었다. 늑태도의 밑이 꺼끌하였다.


한 합.


나는 다시 물렀다.


한 합.


다시 물러났다.


한 합.


나는 몸을 들이밀 수 없었다. 눈을 감은 그와 나 사이의 공간이 밀밀하였다. 나는 몸을 들이밀 수 없었다. 나의 눈은 그를 보지 못하였다. 그의 눈은 나의 뒤를 보고 있었다.






https://youtu.be/m9441sbi07M


배경화면은 다케히코 이노우에님의 배가본드에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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