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겸손해진다

by 김커선

어제부터 몸이 무거운가 싶더니 기어코 오늘 아침부터 병이 났습니다. 저는 주로 체력이 약해졌다 싶을 때 소화불량이 생기면서 더불어 편두통이 옵니다. 아주 단골입니다 단골. 한약에 관심이 많아서 스스로 이 약도 써 보고 저 약도 써보며 시험해 봤지만 어떨 땐 듣고 또 어떨 땐 듣지 않으니 아직은 약으로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생활습관.


몸이 아플 때 그간 저의 행실을 찬찬히 돌아보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의욕이 넘치는 편인데 비해 타고난 체력이 약합니다.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아기 때 목이 가느다랗게 길고 팔다리도 가느다래서 참 약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집안의 최단신도 저입니다. 다들 기골이 장대한 편들이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게 콤플렉스였나 봅니다. 약해 보이는 게 싫었습니다. 씩씩하게 보이고 싶었고 그래서인지 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운동도 차고 때리고 조르고 하는 과격한 운동이 끌리더라고요. 건강을 잘 가꾸려고 노력하지만 타고난 체력이나 성향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늦게 잠들면 몸에 무리가 오는 줄 뻔히 알면서도 몸이 버틴다 싶으니 자꾸 늦게 잠들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종내 탈이 나고 말지요.


컨디션이 좋다 싶을 때일수록 삼가야 하는 게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알면서도 자꾸 소홀히 하게 됩니다. 좋고 잘 풀릴수록 오늘만 날인 것 같거든요. 절제하고 자제해야 함을 몸이 탈이 나면 또 뼈저리게 되새기게 됩니다. 저의 생각을 들여다봐도 스스로 다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이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생활습관에도 녹아나고 뇌를 쓰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몸이 아프니 좀 더 몸을 낮춰야겠구나, 스스로 겸손해져야겠구나 느낍니다. 몸이 아프면 좋아하는 음식도 영상도 책도 뭐도 다 싫어집니다. 그저 덜 보고 덜 듣고 덜 말하며 눈과 귀와 입을 그리고 몸을 쉬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저는 그럼 이만 쉬러 가겠습니다. 모두들 건강 잘 챙기십시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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