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불안한 우리는 자꾸만 곁을 흘긋거린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해 나가고 있을까?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생각과 결단에 확신을 갖기 쉽지 않다. 자연스레 사회적으로 이름을 드높이거나 부를 쌓은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복제하려고 애쓰게 된다.
3월 9일, 오늘은 제20대 대선이 치러진 날이다. 개표 종료 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는 누구 하나 마음을 놓지 못하게끔 초박빙이다. 지지자들은 손에 땀을 쥐며 혹은 선잠을 자며 개표현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참으로 치열한 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문득 어제 봤던 신문 기사 하나를 떠올렸다. 한때 대권후보였으나 이제는 가장 거리가 먼 감옥에 있는 한 정치인에 관한 기사였다.
'전 도지사 A 씨, 부친상으로 5일간 형 집행정지'
한 때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 1,2 위를다투던 그러나 현재는 수감 상태인 한 정치인에 관한 짧은 신상 기사였다. 예전에 비슷한 기사를 봤던 기억이 얼핏 났다. 철지난 기사가 반복되었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알고 봤더니 수감중인 A 씨는 1년 반전에 모친상, 이번에는 부친상을 당한 것이었다. 지난 모친상을 치르며 장지로 향하던 고개 숙인 A의 옆모습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어쩌면 그가 주인공이었을 지도 모를 온 나라가 떠들썩한 대선 날에 부친상을 당한 A 씨.
옆에서 기사를 보던 친구가 나지막이 한 마디를 던졌다. "참 사람 인생은 알 수가 없네."
도대체 뭐가 성공일까?
박빙의 승부 끝에 마침내 대통령 타이틀을 거머쥘 당선자 정도 되면 성공한 것일까?
반대로 정치인으로서 도무지 재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게다가 감옥에서 양친을 모두 잃은 A 씨 정도 되면 실패한 인생일까?
사실 삶 자체를 놓고 보면 성공도 실패도 없다. 성공했다고 믿는 것과 실패했다고 믿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낳은 결과를 보고 이건 실패, 이건 성공 이름 붙일 수 있다. 허나 한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거기서 삶까지 멈추는 건 아니다. 실패에서 풀려나오는 실처럼 순간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그렇다면 목숨이 진다고 해서 그럼 끝날 것인가? 끝일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겪어본 적 없을뿐더러 또 많은 사람들이 자꾸만- 사후의 삶이 있다고들 하니 이대로 끝이라고 단언하기도 힘들겠다.
삶은 알 수가 없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누군가 확신에 차 말하면 대다수의 필부필부는 끌려가게 되어 있다. 돌아보면 그 확신에 찬 말도 틀릴 확률, 맞을 확률이 반반이다. 시간을 길게 보면 볼수록 확률은 더 반반에 수렴한다.
오래 줌비한 시험에 합격했다 한들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쯤 다시 시작이라는 건 세상을 살면 살 수록 알게 된다. 물론 시험에 떨어져도 삶은 계속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면 동화는 끝나지만 진짜 삶은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삶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그것만이 진리이다. 거기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 무엇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주관을 세워라. 그리고 밀고 나가라.
어차피 죽이 되어도 밥이 되어도 인생은 계속된다.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실패, 성공, 그건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키 혹은 초석의 역할을 할 뿐,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