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옥상에서 텃밭 가꾸기에 한창입니다. 지난 봄 고향에 들렀을 때, 부모님이 텃밭에 심어둔 상추 모종 10포기와 고추 모종 5포기를 가져왔습니다. 미리 마련해 둔 배양토에다가 꼭 꼭 눌러 심어뒀지요. 워낙 부모님께서 튼튼하게 키워 둔 아이들이라 그런지 서울 생활에도 금방 적응하더라고요. 원래 촌 아이들이 생활력이 강하잖습니까 우훗~
요즘 저는 새벽에 눈 뜨자마자 옥상으로 껑충껑충 올라갑니다. 밤새 상추가 잘 자랐나, 고추가 넘어지지는 않았나 안부가 너무 궁금하거든요. 물론 빈손은 아니고요, 물을 한 바가치 가득 담아 들고서 최소한의 성의는 갖추고서 문안을 여쭈러 간다 이 말씀. 물론 밤늦게 귀가할 때도 굿나잇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이 녀석들이 안녕한가 어쩐가 잠자리를 봐주고 나서야 비로소 집으로 발길이 향합니다. 집 근처에만 가면 파릇한 이 친구들이 눈에 아른아른하거든요.
지렁이 배양토라는데 흙이 좋아서 그런지, 햇빛이 좋아서 그런지, 물이 충분해서 그런지, 바람이 살랑살랑 적당한 기온을 만들어주는 건지, 요즘 고추와 상추가 아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아기 손가락처럼 연약하고 조그맣던 고추 메아리가 어느새 두꺼운 육질을 자랑하고, 보들보들하던 상추들은 이젠 배추 부럽잖게 제법 모양까지 갖추며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요. 하루하루 다른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여실히 느끼겠더라고요.
오늘 이른 아침에도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고추에 낀 뜨물을 제거하고 물을 주고 또 상추가 더 잘 자라라고 잎을 양껏 뜯어 왔습니다. 덕분에 아침 밥상에도 자연이 그대로 들어앉은 듯 초록초록합니다.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될 텐데 이 녀석들이 그때도 잘 버텨줄까요? 식물은 너무 들여다보면 잘 자라지 않는다는데, 어째 저는 벌써부터 걱정이 한 바가지입니다. 장마비가 너무 세차면 우산이라도 씌워 주렵니다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