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AnnE에게

해변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해변은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서 내게 다정한 채찍질을 건네는 자연의 품이야.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가던 마지막 날, 나는 학원에서 근무 중이었어. 아마도 평일이었을 거야.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날은 숨이 막힐 듯 갑갑했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아 그 자리에 더 있을 수가 없었어. 다행히 오래 함께 일한 원장님께서, 속마음은 어땠을지 몰라도 “죽겠다는데 살아야 하지 않겠냐”라며 수업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마음을 추스르라고 배려해 주셨어.

무작정 어디든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달려간 곳은 야탑 터미널.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행선지가 대천 해수욕장이었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잘 하지 못하던 내가, 처음으로 홀로 떠난 여행이었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눈물이 흘렀는데, 왜였을까?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는 모르지만, 몸서리치게 힘들었던 나를 데려간 곳은 역시나 바다였어.

나는 죽을 만큼 힘들 때, 늘 바다에서 답을 찾아. 파도 소리, 바람, 갈매기, 비릿한 바다 내음. 그리고 나의 눈물과 아픔마저 사람보다 깊게 감싸 안아 주는 바다. 그런 바다를 나는 미치도록 사랑해.

그래서 힘든 순간, 무언가 답이 필요할 때, 나는 주저 없이 바다로 향하곤 해. 위로가 필요하고, 탈출구가 필요한 지금, 비록 스물아홉의 나처럼 답을 몰라 아파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마음의 위로를 얻고자 나는 곽지 해변에 서 있어.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언젠가 바다가 그리워지는 날 다시 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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