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밥상에서 찾은 삶의 철학
점심시간, 회사 구내식당의 줄이 평소보다 길었다. 중복을 맞아 장각삼계탕과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제공되는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밥에 대한 의미가 유난히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는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다. 건강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는 좋은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라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개념은 집에 명품백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매일 먹는 식재료를 유기농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소스를 포함한 모든 식재료들을 유기농식품으로 먹고 싶은 사람이다. 최소한 두부, 계란만이라도 좋은 것을 사 먹는다. 계란은 난각번호 1번과 2번으로 사 먹고, 두부나 콩은 외국산 대두가 아닌 국산콩으로 만든 제품을 구입한다.
엥겔지수가 높은 편이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항목의 지출은 줄이게 된다. 가방은 최근 몇 년 동안 산적이 없고 옷도 세일품목에서 고른다. 밖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내면의 건강을 먼저 채우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하지만 식재료도 패션도 둘 다 좋은 것을 취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밥을 먹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를 넘어 '대화의 장'이라 생각한다. 혼자 먹을 때는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으려 한다. 혼자 먹어도 동영상을 보며 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함께 먹을 때면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거나, 각종 모임에서도 밥은 빼놓을 수 없다. 밥을 먹는 것은 매일 주어지는 대화의 기회이자 일상을 행복감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맛있는 음식들이 함께라면 더 좋을 수밖에.
돈으로 살 수 없는 좋은 감정도 느끼게 해주는 밥.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밥값은 하고 살고 있을까?"
그 기본은 무엇일까?
삶의 기본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밥값'을 지불하며 살고 있는가?
미국에서는 사형수에게 사형 전날 먹고 싶은 음식을 제공한다고 한다. 나는 무엇이 먹고 싶을까 생각해 보니...
참치회 맛있는 부위로 5~6점 정도(참기름 소금장 필수)
들기름 발라 갓 구운 김
마늘종과 된장
바삭하게 구워진 삼겹살
부드러운 소고기구이 (안창살. 갈빗살. 꽃살)
고기와 먹을 싱싱한 채소들(고추, 상추, 깻잎. 오이 등)
칼칼한 두부 된장찌개
아주 도톰하게 말린 계란말이
갓 담은 배추김치와 3년 정도 된 묵은지
알맞게 익은 총각김치
쥐포무침 (진미채도 괜찮)
미니솥에 갓 지은 쌀밥과 누룽지
그리고 얼음 동동 띄운 하이네켄.
써놓고 보니 평소에도 먹었던 것들이다. 안 먹어본 특별한 음식은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밥값은 하고 사냐"라는 질문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매일 먹을 수 있는 밥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얼마나 행복하게 채워가는지에 대한 삶의 태도를 묻고 있는 것 아닐까?
"밥값 하고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