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by Taeyoung

출근하자마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연기되며 잠시 여유가 생겼다. 요즘 계속 마음속을 맴돌던 조직과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던 중, 어릴 적 읽었던 에드워드 윌슨과 버트 횔도브러의 《개미》가 떠올랐다.

개미 사회는 늘 놀라웠다. 명령을 내리는 리더도 없고, 전략을 짜는 관리자도 없다. 그런데도 수많은 개체가 협력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그 중심에는 페로몬이라는 작은 화학 신호가 있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가 남긴 페로몬 자취를 다른 개미들이 따라가고, 그 경로가 반복될수록 길은 점점 강화된다. 반면, 쓰이지 않는 길은 점점 희미해져 사라진다. 개미의 조직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길을 만들고, 또 없앤다. 명령이 아닌 정보의 흐름으로 방향을 결정하는 자율적 시스템, 그것이 개미 사회의 핵심이고 페로몬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반면 많은 조직들은 여전히 리더의 직관과 일방적 지시에 의존해 움직인다.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곧 유능한 리더십이라 착각하며, 실제로는 구성원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드는 정적(靜的) 조직으로 스스로를 가둔다. 정보가 막히고, 실패가 숨겨지고, 통찰은 리더에게 닿지 못한 채 복지부동의 침묵만 깊어져 간다. 페로몬이 흐르지 않는 개미가 길을 잃듯, 정보가 흐르지 않는 조직은 방향을 잃는다.


이제 조직은 리더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경험과 통찰이 모이고 공유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보고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날것의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고, 리더는 그 흐름을 읽고 조율하며 결정이 아니라 감지와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구성원 역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은 끊임없이 학습하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정보라는 페로몬이 조직 안에서 유기적으로 흐를 때, 실패는 자산이 되고 성공은 모두의 경험이 된다. 그럴 때 비로소 조직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페로몬 없는 개미를 상상할 수 없듯, 정보가 흐르지 않는 조직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더 빠른 리더’가 아니라, ‘더 잘 듣고 감지하는 리더’, 그리고 페로몬이 흐를 수 있는 조직의 생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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