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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Sep 18. 2024

엄마에게 받은 것들

나의 근본 우리 엄마

그동안 내 문제의 모든 원인을 엄마에게서 찾는 과정을 글로 썼다면 오늘은 조금 다른 글을 쓰려고 한다.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 심리상담을 받을 때,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나를 지켜낼 내면의 힘이 있다는 뜻이다. 간혹 시행착오도 겪고 흔들릴 때도 많지만 결국에는 나를 지키는 선택을 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사유하는 건 모두 엄마 덕분이다.


내가 어릴 때 봐온 엄마는 늘 고민하고 발전하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대학을 졸업했다. 서예, 꽃꽂이, 기타, 운동과 같은 취미생활을 쉬지 않았고 지금도 늘 책을 읽는다. 집안 곳곳에 책이 항상 쌓여있었고 나도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일기를 썼다. 엄마의 한을 일기로 풀어냈고 가끔은 시도 썼다.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된 것도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것도 엄마의 영향이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 보험영업을 했다. 호남지역 영업왕을 몇 년 동안이나 유지할 정도로 일을 잘했다고 한다. 어릴 때 보았던 수많은 트로피와 상패가 엄마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나도 엄마처럼 회사 다닐 때 영업을 했다. 처음에는 관리직으로 시작했다가 영업직이 더 적성에 맞는 거 같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종을 바꿨다. 회사에서는 이전과 달리 영업을 시작한 뒤로 승승장구였다. 실적이 좋아 몇 해동안 트로피도 받고 두둑한 인센티브도 챙겼다. 알게 모르게 엄마로부터 영업스킬을 보고 배웠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은 노력을 했음에도 성과가 좋았던 것도 엄마 덕분이다.


80년대생으로 내가 자라던 시절은 남녀차별이 팽배하던 시절이었지만 엄마는 동생과 나를 성별로 차별하지 않았다. 남아선호사상이 남아있을 때라 주변 어른들로부터 남동생과 차별하는 경험을 꽤 많이 겪었다. 엄마가 직접 나서 막아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사회에서 받은 불평등을 겪지않았다.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똑같이 집안일을 시켰고 되려 남자인 동생에게 궂은일을 더 많이 시켰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엄마에게 차별당했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그건 남녀차별이 아니라 엄마가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했다는 투정이다.


엄마는 우리 둘을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늘 엄마의 사랑이 부족했다. 아직도 여전히 엄마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걸 보면 더욱 그런 것 같다. 아이에 따라 엄마의 사랑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사랑해” 한마디로 충족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백번을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엄마의 노력과 별개로 엄마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사랑이 고픈 어른아이다. 나이가 마흔에 가까워질때까지 엄마를 생각하고 찾는걸보면.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진 게 아니라 엄마 덕분에 결국 나를 지킬 수 있었다. 엄마는 단단한 사람이다. 지금은 자신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이었는지 잊은 것 같지만 엄마는 본래 단단한 사람이었다. 힘든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결국 자신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엄마는 수많은 세월을 고민하고 인생의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엄마가 찾은 답이 내가 원한 것은 아닐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래서 고맙고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받지 못해 미안하다. 나는 여전히 엄마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한다.


나의 근본, 나의 뿌리,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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