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PROJECT ARCHIVE
문득 한 번씩 머리가 복잡한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집 안의 모든 공간들을 휘젓고 다니며 어떻게 물건들의 위치를 바꿔볼까 하는 고민을 한다. 지난 겨울 복잡한 몇 주간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창 쪽을 향했던 책상이 벽을 바라보게 위치를 바꿔 책장에 가깝게 붙여서 공간을 정돈하는 일이었다. 벽으로 책상을 옮기면서 침대 머리 위로 있던 벽걸이 스피커를 책상 쪽으로 옮겨왔다. 스피커 옆으로는 최근 방문했던 사진전의 기념엽서와 2024년을 맞이하는 다짐 같은 것들, 신년의 계획을 이것저것 적어 메모지로 붙여 두었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가장 크게 바꿔보자고 생각한 건, 집에 있을 때 책상에 앉는 시간을 늘려보겠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 묶인 시간 내내 책상에 앉아있는 게 일인데, 집에서마저 앉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다짐이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과 공부가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과 함께, 일단 책상에 앉은 내가 다음의 행동을 나에게 알려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2024년 1월의 시작과 함께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나서기 전까지의 시간은 우선 커피를 한잔 만들어서 책상에 앉는 일부터 시작했다. 아침 시간을 길게 보내자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일어나는 시간도 한 시간 정도 당겼다. 하루에 있을 일과를 정리하고 가능하면 책도 몇 장 보는 여유도 가져보는 중이다. 이전의 아침 시간은 주로 6시에 시작하는 뉴스를 알람 삼아 눈을 떴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듣는 뉴스에 먼저 귀가 열려 세상에 있는 모든 나쁘고 복잡한 일들이 다 옆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생각들로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아침의 시간을 완전한 혼자인 상태로 고요하게 즐겨보기 위함이다. 완전한 정적은 어렵고, 그러자면 소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스피커가 침대 쪽에서 책상으로 역할을 바꿔 자리했다.
일상적으로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 집중이 필요한 때는 오히려 멜로디가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편이다. 높낮이가 크게 없는 목소리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시끄럽게 주고받는 예능형 말투와 데시벨만 아니라면 사람의 말소리가 주는 소리는 백색소음처럼 일의 능률을 높이는 역할은 한다. 계속 귀로 들어도 크게 부담이 없는 팟캐스트나 유튜브의 리뷰 콘텐츠 같은 것들을 주로 틀고 일을 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스피커의 성능이 크게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았다. 다만 아침 시간은 집중보다는 정신과 마음을 깨우는 역할이 필요했다. 이때 필요한 건 음악이다. 책상 앞으로 옮겨진 스피커를 통해 덜 깬 잠을 천천히 깨워줄 유튜브의 많은 플레이리스트를 유랑하고 있다. 즐겨 듣는 음악 장르나 가수가 있지 않다 보니 유튜브에 테마로 올려지는 음악들, 가사 없는 연주곡이 채워진다.
온전히 음악을 감상하기 위함이라면 무인양품의 스피커는 추천할 수가 없다. 조금만 리뷰를 찾아봐도 알겠지만 소리의 퀄리티를 따지기에는 좋은 제품은 아니다. 소리 출력이 작고 잡음이 많아 깨끗한 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구입의 기준은 심플하게 딱 떨어지는 디자인이었다. 기계 본체에 달린 얇은 선이 전원코드로 연결되는데, 선을 아래로 당겨 ON/OFF 변환을 할 수 있다. 크게 사용할 일 없는 라디오 기능이 있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다. 구매 시 가격 대비 올해부터 79,000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CD 플레이어 기능이 가능한 모델은 일본 내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데, 블루투스 스피커는 판매 목록에 없는 걸 보니 국내에서도 할인 가격으로 재고 소진 후 판매를 중단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유가 어떻든 소리에 크게 집중을 하지 않다 보니 스피커의 기능은 소리가 나오고 어디에 두어도 크게 부담 없는 디자인으로 충분했다.
별다른 자극 없는 무난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요 며칠은 ‘유난히 나른한 겨울’이라는 테마로 묶인 유튜브 채널을 스트리밍 해두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책상에 책을 펼쳐두고 과일이나 요거트로 차려진 아침도 책상에서 먹었다. 아침의 변화로 저녁의 시간도 일정 부분 바뀌었다. 일단 잠에 일찍 들기 위해 저녁 커피는 금지했고 뭔가 마시고 싶다면 물 한 잔으로 대체하게 됐다. 수면 시간만큼은 충분히 채워줘야 하니 자는 시간을 앞으로 당겼고, 깨어 있다면 봤을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을 자연스럽게 저녁 시간에는 보지 않게 됐다.
이른 아침 책상에 앉게 된 내 몸이 내게 내린 행동은 저녁의 고요도 함께 가져왔다. 당분간은 충분히 고요를 즐겨볼 생각이다. 물론 약간의 소음 섞인 노랫소리들은 계속 함께 일 것이고, 고요를 즐긴 다음 단계의 결과물들에 대해서도 기대를 해본다.
UNIT 11. 마음을 깨우는 물건
NAME. 무인양품 벽걸이형 블루투스 스피커
FROM. 일본
SINCE. 2013
PRICE. 16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