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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Bom Mar 30. 2024

UNIT 13. 오래 두고 싶은 물건

MONO PROJECT ARCHIVE

이상적. 그러나 합리적.


애플(APPLE)이 2세대 아이폰SE를 공개하면서 선보인 슬로건이다. 사랑할 요소는 많되 지출이 적은 모델, 합리성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한국에서의 출시가도 확연히 저렴하게 출시가 됐었다. 합리적이라는 표현은 가성비를 쫓아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나 같은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기에 더없이 좋은 표현이다. 어느 정도의 기능을 갖춘 상태에서 가격적인 장점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는 거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전에 아이폰8을 사용하고 있던 터라 거의 동일한 디자인에 블랙에서 화이트로 색상만 바꾼 느낌이다. 다만 전면 베젤은 SE 모델에서는 전부 블랙으로 통일이 되어 있어서 화이트로 바꿨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선택이었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베젤 색상을 통일했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다.


휴대전화에 애착을 둘만큼 다양하게 활용을 하지도 않고 주로 사용하는 앱만 몇 가지 두고 쓰다 보니 용량도 크게 필요가 없는 모델을 선택했다. 홈버튼이 없는 불편함을 적응하기가 어려워 아이폰8과 거의 다름없는 SE 모델을 다시 산 이유도 있다. 올해로 거의 4년에 가깝게 사용하고 있는데, 후면에 렌즈 1개짜리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요즘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출시 당시에 iOS 13.4를 탑재했고, 지금 Ios17.2이 깔려 있는 걸 보니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다. 아마 2022년부터는 완전히 단종된 모델이어서 길에서 동일 모델을 쓰는 사람 보기는 거의 어려워졌을 거다. 휴대전화는 구매했을 때 모양 그대로 앞뒤에 필름을 부착하거나 케이스를 끼우거나 하지 않고 148g 무게 그대로 가지고 다닌다. 적당하게 손안으로 들어오는 그립감과 7mm의 두께감이 마음에 든다. 미끈한 유리 재질 그대로 손안에 들어오는 감촉이 좋아 더 이상의 꾸밈이 불필요하다.


아이폰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줄곧 블랙베리의 9900 모델을 사용했다. 톡톡 치는 맛이 있는 키보드는 적절하게 각도가 있어 보지 않고도 크게 오타 없이 타이핑이 가능했다. 화면 아래 위치한 키보드와 적절한 두께감과 사이즈, 후면의 가죽 처리까지 계속 사용만 할 수 있다면 평생 반려 휴대전화를 하고 싶을 만큼 애정을 다했다. 블랙베리의 자판을 사랑하던 나에게 전체 화면을 터치로만 이용해야 하는 스마트폰의 커다란 화면은 못생김으로 느껴졌다. 특히나 화면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그저 검은색 기계 덩어리였다. 어쨌든 휴대폰으로 남들 다 쓰는 기능을 쓰며 살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를 바꿔야만 했고, 그 선택이 아이폰8에 이어서 아이폰SE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휴대전화의 포털 검색 앱을 제외하면 주로 메신저와 메모가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 메모와 관련한 앱은 다양하게 쓰고 있는데, 기본 메모 앱 외에도 하루에 할 일들을 정리하는 하루노트와 글감을 정리하는 크래프트, 노션을 통해서는 업무와 관련된 부분들을 정리하고 최근에 옵시디언을 활용해 읽은 것들을 기록하는 중이다. 대부분은 아이패드와 연동하여 사용하고 있어서 휴대전화보다는 아이패드에서의 활용도가 더 높다.


딱히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용도로도 활용이 많지 않다 보니 아직까지는 64GB 용량으로도 버틸만하다. 다만 배터리 수명이 다해가다 보니 여행을 가면 보조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세트로 들고 다녀야 하고 보조 배터리를 깜빡하면 점심 즈음이면 숙소로 돌아가 충전을 하고 다시 외출에 나서기도 한다.


나만의 작고 소중한, 낡고 가벼운 도구.


주변에서는 다들 그만하면 이제 보내줄 만도 한데 아직까지 쓰고 있다며 말들을 하는데, 포기할 수 없는 홈 버튼의 유용성과 얇고 가벼운 무게를 져버릴 수가 없다. 어디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편하게 써내기 좋고, 시계 역할은 물론 걷기와 잠자기도 체크해 준다. 아직까지는 목적 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가장 최적화된 쓰임이다. 하루가 지나면 또 새로움에 새로움을 더해 이래도 안 사겠냐고 광고하는 신형 휴대전화들이 즐비하지만, 그래도 클래식한 맛이 좋다는 이유를 들어 당분간은 더 함께 해볼 생각이다.



UNIT 13. 오래 두고 싶은 물건

NAME.   애플(APPLE) 아이폰SE(2세대) 화이트 64GB

FROM.   미국

SINCE.   2020

PRICE.   5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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