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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별 Aug 23. 2023

가벼운 마음이 나를 정말로 바꾸었다


브런치에 저장해 둔 글이 벌써 9개다. 과거에 올리지 못해 계속 묵혀둔 글, 그림을 그리지 못해 저장해 둔 글, 올리려 하니 마음에 들지 않아 거들떠보지도 않는 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

..

.


올리지 않으니까 이 글들이 조각조각, 마음속에서 맴도는 기분이다. 글을 공유하면 내 마음은 무언가 달라진다. 저장만 해둔 글과 공유한 글은 이해의 차이도 있을뿐더러 더 자주 보게 된다. 그러니까 글을 공유하면 더욱 내 것이 된다는 것.



시험
D - 30


사람마다 드는 생각은 다르겠지만 요즘의 나는 “벌써??”라는 반응을 하게 된다.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너무 빠르니까, 오늘 하지 못한 것에 불안을 느낀다.


요즘 참으로 바쁘게 산다. 플래너를 펼칠 땐 무리하게 계획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하나 둘,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계획은 10개 남짓이 돼버린다. 물론 재미있다. 많은 시간이 드는 계획들이 아니다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내용도 즐기며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거 안 한지 며칠 됐으니까 해야지 ‘라는 생각을 거의 버렸다. 그냥 오늘 갑자기 끌리는 과목을 하기로 했다. 매번 똑같은 과목을 하지 않을까 싶던 우려완 달리, 여러 과목 모두 빼먹지 않고 해 나가며 훨씬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해야 해서 적은 계획과 하고 싶어서 선택한 계획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윤리와 사상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중용을 실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매번 한쪽으로 치우친 삶을 살아왔다. 예를 들면 ‘내일 하면 되지!’라는 마음이 게으르게 산 오늘을 정당화할까 봐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매번 끄트머리로 몰아붙이고 하지 못한 몇 가지에 집착했다. 오늘 해낸 것들은 당연히 해야 했던 것들이 되어버렸다. 하지 못한 것들은 내가 게으르게 살아서, 아까 한 시간을 쉬어서 못 한 거라며 내 게으름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니,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틀리는 것에 집착했던 이유도 똑같은 원리다. 내가 개념을 잘 몰라서 응용을 못 하는 거야, 내가 예습을 제대로 안 해서 지금 풀지 못하는 거야. 나는 매번 내 탓을 하기 바빴고 문제를 풀수록 나 자신에 대한 화만 쌓여갔다. 그 시간들이 쌓이니, 수학을 하기 싫었던 것이다. 이 시작점은 내가 게을러질까 봐, 할 수 있는데 귀찮아서 노력하지 않을까 봐를 걱정해서였다. 하지만 그 걱정이 더 큰 고민과 과목에 대한 장벽을 만들어냈던 건데, 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친구 덕분에, 요즘 수학 문제를 풀 때는 ‘풀리겠지’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다. 틀리더라도, ’내일 맞으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나를 정말로 바꾸었다.

이 경험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수학이란 과목이 하기 싫어졌던 이유, 흥미를 잃어버렸던 이유는 수학 문제가 어려워서도 아닌, 바로 내가 나를 괴롭히는 생각회로 때문이었다.


계획을 짤 때도 이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내일 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그저 오늘 하기 싫기 때문에 미룬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일의 나를 믿는다는 뜻이고 오늘의 나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해냈다는 것. 지금까지 이 마음 가짐에 대한 통념적인 믿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생각은 게으른 사람의 표본같이 느껴졌던 거다. 그래서 정말 경계하며 거의 가지지 않던 생각이었고 잊어버린 마음 가짐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모든 것을 미루면서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을 구분할 줄 알며 오늘 꼭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만큼의 의욕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다. ’내일 하면 되지‘라는 마음속에는 사실 나를 믿는 마음이 들어가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하자 배척해 둔
마음가짐에 대한 믿음이 변화했다.

이 마음가짐은 평소에도 열심히 살고 잘하는 나를 칭찬하고 더 잘하도록 북돋아줄, 나를 꿋꿋이 믿어줄 수 있는 생각이 되겠구나, 절실히 느껴졌다.


나에게 나를 괴롭히는 생각은 너무 일상적이었다. 괴롭히고 있다는 인지까지도 쉽지 않았다. 나에겐 인정하기 어려울만큼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솔직히 요즘에도, 습관적으로 해온 생각의 구멍에 발을 들인다. 그래도 정말 달라진 것이 있다. 이제는 나를 괴롭히는 생각이 무엇인지 꽤 명확히 알아버렸고, 그 생각을 대신할, 더 좋은 것들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제 나는 나를 괴롭히는 생각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또 다시, 그 생각에 다가가는 나에게 이 바리케이드는 알려줄 것이다. 지금 그 생각, 정말로 너를 학대하는 거라고. 넌 그 구멍들 속으로 이미 많이 빠져봤고, 좋아진 건 없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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