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강의 후기

by Nut Cracker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강의 후기

2019년 9월 10일 19:30~21:30 @마포 마을활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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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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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약속문을 읽는 건 좋은 것 같다. 따라 읽는 부분에서 자칫 유치할 수 있겠으나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다보니 약속문을 따라 읽으면서 이 장소와 시간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남함페 단체와 강사소개 무난하였으나 이어지는 강의소개와도 좀 더 연관 되었으면 좋았겠다. 강의소개 부분에서는, 오늘 어떤 강의를 준비했는지 짧게 소개했다. 페미니즘 개론 강의는 나보다 더 잘하는 선생님들이 많으니, 오늘은 내가 우리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가며 어떻게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되었고 실천하는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꾸렸다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의 니즈와도 딱 맞는 것 같았다.

이후 아이스브레이킹을 진행했다. 닉네임을 듣고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계기와 기대를 이야기 나눴다. 많은 사람들이 애인과의 관계를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었고 강의에도 함께 참여하였다. 남함페 페북을 통해 강의를 알게 된 경우도 있었는데 지난번 나온 MBC 다큐를 통해 남함페를 알게 된 경우도 있더라. 다시금 방송의 힘을 느꼈다. 공간 특성상 테이블을 앞뒤로 배치했는데, 뒤쪽 테이블에는 이야기 전달이 잘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약 열 다섯 명 정도 참여한 것 같은데 공간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배치에 더 신경 써야겠다.


2. 페미니즘 이해하기

페미니즘에 대한 짧은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었는지 계기를 공유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뿐만 아니라, 나의 계기를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을 전달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에 영향을 미쳤던 요소들을 네 가지로 이야기했다. 성폭력 예방교육과 강남역이라는 현장, 개인적 필요와 관계. 이 요소들이 조금씩 작용하여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되었다. 참여자들이 자신 주변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을 전달할 때 이 요소들 중 하나의 역할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여튼,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3. 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일까?

3-1. 남성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한 까닭

계기에 이어서 자연스럽게, 왜 남성에게도 페미니즘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했다.

첫 번째로 옳기 때문에, 두 번째는 가부장제, 성차별주의 사회의 남성의 위치 때문에 세 번째는 남성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에 네 번째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앞서 이야기한 계기가 위와 자연스럽게 연결 되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만들다보니 기가 막힌 연결인 것 같다. 다만 이때 남성들이 다소 불편하게 느낄 부분이 있지 않을까 우려가 들기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지 싶기도 하다. 좀 더 예시를 참여자들에 맞게 적절하게 들어주면 괜찮으려나. 또 다소 허무맹랑하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너무 감성적인가 싶기도 하고. 근데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강의 중에 별 수 있을까.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방법이라 믿어야지 뭐. 차라리 그러면 어조와 멘트에 좀 더 분위기를 잡는 게 필요하겠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3-2. 한국, 남성과 페미니즘 현황

현재 상황을 직시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 넣었다. 역시나 시궁창이지만 또 생각한 것만큼은 시궁창이지 않아야 뭐 앞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활동할 여력이 생기겠지 싶어서 담았다. 그런데 시사인을 비교로 이야기하는 게 적절할지는 모르겠다. 언론의 역할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렇게 담은 걸 텐데, 너무 까나 싶기도 하고. 또 이 불편함이 그냥 내가 시사인을 애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건가 싶기도 하고. 하긴기왕 깔라면 좀 제대로 까자. 대안제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점에서 비판하면 그건 또 활동가의 입장에서 나름 적절한 비판 아닐까? 다만 언어는 좀 순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분위기를 타서 너무 세게 이야기 했는데, 신뢰도를 깎아 먹는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 현황 마지막 부분에 이 자리가, 여기에 온 사람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면서 이후에 있을 공부와 실천 부분으로 들어가는 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을 좀 더 매끄럽게 이야기해야겠다. 참여자들에게 부담을 팍팍 줘야지.


3-3. 한국 남성의 페미니즘 공부와 실천

공부 부분이 많이 루즈했다. 일단 공부에 대해 내가 체계적으로 알지 못하는 게 가장 큰 흠인 것 같다. 분야별 책 소개를 위주로 했는데, 사실 이런 책 소개는 그냥 유인물로 제공하고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뭐 예를 들어, 지역 책읽기 모임이라던가 페미니즘 책방, 스터디 방법 같은 걸 소개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책 소개는 나보다 예스24가 훨씬 더 잘하겠지. 아니면 차라리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짜보던가. 하긴 그런 능력은 없긴 하다. 그래도 대학 실라버스를 훔쳐온다던가 해서, 진짜 이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는 꿀팁을 마련해야겠다.

실천 부분에서는 유념하면 좋을 세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페미니즘이 인식론이라는 점, 나부터 출발하고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 함께 해야 한다는 점. 꼭 필요하고 유념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해서 넣었는데, 사실 다소 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서 혐오표현 사용하지 않기. 라던가, 여성단체 후원하기 이런 건? 글쎄, 내가 제시하는 건 좀 웃긴 것 같기도 하고. 그 다음에 있을 참여형 프로그램에서 페미니즘 실천의 다양한 방법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4. 남성 페미니스트의 고민과 그 너머 상상하기

입문 대상 강의라지만, 그래도 강의의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까지 남함페에서 했던 고민과 담론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처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참여자에 따라서 수준을 다르게 말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또 사실 이 부분이 클라이맥스고 마지막 동맹의 정치에서 정점을 찍어야 하는데, 임팩트가 부족하다. 고민 다음 우리 같이 손잡아요? 어색한 것 같다. 고민을 아예 임팩트를 주기 위한 밑밥으로 하던가, 아니면 차라리 동맹의 정치를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던가 하면서, 클라이맥스 지점을 확실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5. 페미니즘 실천 노하우&고민 나누기

설명이 부족했다. 사람들마다 고민을 써야할지, 고민을 쓰면 그걸 어떻게 나눌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진행이 미숙했다. 확실하게 지침을 마련하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사전에 설명해야겠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부분에서 페미니즘 실천 노하우로 참여자들의 활동 내용을 뚜렷하게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폭 넓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또 입문이다 보니까, 참여자들이 아직 노하우랄 게 없는 경우도 있겠다. 최대한 문턱을 낮게, 예를 들어서 이런 강의를 들으러 다닌다던가. 그럼 강의정보를 구하는 방법이라던가. 그런 것들까지 쉽게 쓸 수 있도록 사전에 설명해주자. 또 테이블 별로 공유하는 시간을 못 가진 게 아쉽다.


6. 마무리

역시 마무리는 면역력 이야기. 페미니즘 공부가 왜 필요한지. 도입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것 같다. 또 이게 혼자만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에도 적절한 것 같다. 그런데 또 너무 우려먹어서 이제 몇 가지 다른 마무리도 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질의응답과 피드백을 좀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피피티에 구글독스를 하나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피드백과 질문을 하나씩 쌓으면 나도 좋을 것 같고. 다음 강의에서부터 써보자.

총평&소감

청년 남성 대상 강의를 꼭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다.

물론 참여자들은 성별을 망라하고 왔지만! 그래도 수요와 요구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비슷한 강의를 좀 더 큰 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기회가 생길까? 사실 남함페에서 개최하면 되긴 할 것 같은데, 운영진들과 함께 논의해 봐야겠다.

많은 남성 참여자들이 다른 강의는 가기 어려웠는데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참여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아직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하는 입문 강의로 유용한 것 같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좀 더 상세한 실천 팁 같은 걸 준비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한 참여자가 준 의견으로는, 정말 기초적인 Q&A를 이야기했다. 남함페 숙원사업이기도 한데, 한 번 고민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또 그 질문이 질문에 꼬리를 물까봐 좀 두려운 것도 없지 않다.

비를 뚫고 뒷풀이까지 갔다.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수다를 떨었다. 다들 이런 모임과 만남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한 까닭이겠다. 강의도 강의이지만, 그냥 안전한 공간이 얼마나 부족한가. 그런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나로선 그냥 강의를 열심히 하고 남함페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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